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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23 게임 이상의 게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리뷰 2



"2000년에 나온 게임이면 그렇게 오래됐나?" 싶기도 한데, 벌써 2018년 겨울이군요. 오늘은 벌써 날씨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스산할 때는 뭔가 따뜻한 것을 찾고 싶기도 합니다...뭔가 따뜻하고 진한 무언가를요.


아직 20대인 제가, 이렇게 옛날에 나온 게임을 찾게 되다니 조금은 저 스스로도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냥 옛날 게임이니깐 더 고전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정작 저는 요즘 유행들에 잘 공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생게임을 만들어주는 회사라고 칭송하던 블리자드는 우리의 뒤통수를 후리듯이 중국에 하청을 줘서 디아블로 이모탈을 만들고, 폰게임 아니면 돈만 되는 게임들만 무수하게 나오는 이 시대 배후엔, 게임에 대해서 아직도 더 편하게, 더 재밌게만 외치는 우리의 자세도 한몫하고 있을 겁니다.


pc게임이든 콘솔 게임이든 온갖 그래픽좋은 게임들과 영화같은 트리플 A게임들의 홍수 속에서, 저는 뭔가 가슴속으로 찐하게 남을만한 그런 명작이 하고 싶어지는 허덕임에 놓여있었습니다. MOBA 게임같이 더 이상 영혼없이, 눈과 손만 즐거워지고, 서로 죽이고 죽임 당하기만 하는 가운데 쾌감을 느낀다면서 빈 껍데기같은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018년 11월 말, 시대가 역행하는 것도 아닌데, 찐한 감동을 갈구하며 혼자 찾아서 해보게 된 게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에 대해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너무나 감동을 받았고, 오히려 요즘 게임이나 요즘 시대의 흐름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포는 당연히 없습니다.^^)




1.텍스트가 많아서?


이미 많은 분들이 검색해보셔서 아실지도 모르지만, 토먼트에서는 텍스트가 게임의 주를 이룹니다. 이 게임에 사용된 단어만 80만 단어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옛날 고전게임으로 치부하면서, 미연시같은 것도 아니면서 글이나 읽는 그런 게임을 할 바에 소설이나 읽겠다고 말씀하시는데, (과연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소설이나 읽을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그 생각 뒤엔 실상 게임에서는 전투나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편견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총을 쏘든, 칼로 베든, 마법으로 짓이기든 누군가를 이기고 죽여야만 속이 시원하다는 그런 류의 편견이죠. 아니면 자동차나 비행기를 몰든가요.


하지만 저에게 게임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몰입"이라는 경험을 주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책도, 영화도, 연극도 보면서 극중에 몰입하게 되면 내가 꼭 그 세계 안에 들어가있다는 느낌을 주죠. 그리고 그만큼 그 내용에 감동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리고 분명 게임은 그런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특히 몰입할 수 있는 세계를 더욱 잘 재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안에 하나의 세계안에 플레이어가 들어와있을 수 있게 해주죠. 왜냐하면 소설이나 영화 같은 것은 그 이야기의 객관적인 형성에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없지만, 게임은 선택지를 통해 그 스토리 자체를 형성해나가기 때문입니다.


그 세계를 구축해나가는데 필요한 방법이 그래픽의 향상일 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오늘날 그렇게 그래픽은 차고 넘치는데 세계관이나 스토리에선 한참이나 별볼일없는 게임들이 대홍수를 이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픽 카드를 백만원 넘게 갈아치우면서도 게임 감상으로는 끊임없이 정작 컴퓨터 사양이 모자라서 렉 때문에 적들을 더 못 죽였다고 불평이나 해대는 플레이어들이 대다수이죠.


하지만 이런 말씀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최고의 그래픽카드는 상상이다." 사실 그래픽이든 글이든, 그 매체의 뛰어남이 무엇이든간에 플레이어가 더 몰입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게임 제작에 있어서는 더욱 선택해야되는 방향일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텍스트가 실제 컴퓨터 그래픽보다 더 뛰어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건 역시나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게임이란 매체의 가능성을 오로지 그래픽을 통한 액션에 한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평소에 글을 읽는 것을 영상이나 게임보다 힘들어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오로지 편의성과 말초적인 재미에만 초점을 맞추어 그 가능성을 축소시킬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게임은 하나의 세계를 제시하고 그 세계 안에서 플레이어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줄 뿐입니다.


게임이라는 '그 경험에서 단지 말초적인 재미와 누군가를 짓밟는 쾌감이나 느끼고 싶은건가' 아니라면, '풍부한 세계관과 스토리에서 오는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가'는 플레이어 선택의 몫입니다. 그리고 게임은 단지 각자의 의도에 맞춰 그래픽이 주가 되든 텍스트이 주가 되든 게임을 제작해나가는 겁니다.


단지 게임이 전자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비판받을 사항이 아니라요.




2.세계를 제한하지 않는 그래픽.


그런 면에서 이 게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는 저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래픽은 최소한의 묘사로, 텍스트에서 제시해주는 경험을 모두 제공하지 않습니다. 즉 이것은 얼마나 고퀄의 그래픽을 사용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래픽이 모든 전권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그래픽이 텍스트로 할 수 있는 상상력을 한정짓지 않는 선에서, 그 분위기를 제시해주고, 클릭과 이동, 그리고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뿐입니다. 물론 토먼트에도 액션은 있지만, 그것도 하나의 선택과 같은 기분이 듭니다.


즉, 여타 게임들처럼 적들을 보고 죽이는 것이 당연한 세계에서 끊임없이 살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매때 왜 싸워야되는지에 대한 그 의미까지 갖고 있는 전투를 제공합니다. '내가 어떻게 그놈의 머리통을 산산히 부셔서 쾌감을 얻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로 싸웠고 이 전투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겁니다.


따라서 그래픽이나 조작법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다만 한대 치는 모션이 나올 때마다, 전투 메세지가 나올 때마다 플레이어는 그 이유들에 대해서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전투는 추구할 것이 아니라 선택의 일부였고, 또한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이 이 게임은 아주 잘 보여줍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거기에 그래픽으로 묘사된 세계만이 전부라고 제시합니다. 더 이상 상상하거나, 더 이상 그 세계관을 폭넓게 이해해볼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니깐요. 하지만 토먼트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이 게임 안에는 각자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들이 어느 정도 대화를 통해 묘사되지만, 그 대화를 듣고자 하는 것도 대화의 방향도 플레이어가 선택하게됩니다. 그리고 질문들의 답을 들으며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것이 세계와 인물들을 구축해나갑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그런 그래픽을 만드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3.너무나 철학적이고 방대하다?


이 게임은 플레인스케이프라는 D&D의 세계관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는 기존 세계관의 확장판으로서 우주적인...아니 더 나아가 다원우주의 세계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사용되어 굉장히 식상할지도 모르는 세계관이지만...당시로는 선구자격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 게임을 이해하는데 그 넓은 세계관을 일일이 다 알아야되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매니아를 위한 게임이 아닌가? 하는데, 실제 이 게임은 80만 단어에 육박하면서도 플레이 시간이 40~60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플레이한 분량에 대해서 제가 느낀 바로는 미드 시리즈 하나를 끝낸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플레인스케이프 세계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게임 안에서 대화문을 차분히 읽다보면 스토리 이해에 필요한 윤곽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밀하게 세계관의 사건들을 알 필요없이 세계의 구조 정도만 알고 있고, 그 세계들에 일어나고있는 큰 일들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안다면 스토리 이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플레인스케이프의 기본적인 세계관, "믿음이 곧 세계를 구성한다"라는 말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과 주인공 모두에게 의미있는 세계관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세계는 저에게 이해하는 만큼, 꿈꾸는 만큼, 바라는 만큼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결코 불친절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어떤 철학적으로 사색할만한 깊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이 게임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가졌던 의문들에 대한 깊이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철학이라고 부르면서 깊다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삶의 깊이를 보여주는 질문만을 합니다. 이 게임의 주된 질문이라고 알려져있는 질문, "무엇이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그런 의미에서, 지식이나 사고력을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여주는 질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리뷰는 너무나 이 게임을 의도없이 까내리기만 하는 의견들에 대해 반항같은 것을 해보았습니다...정말 속상할 정도로 가슴으로 감동할 정도로 좋은 게임이 안 나오는 것 같은 시대에 넋두리였습니다.


그럼 이제 리뷰의 방향을 속상한 시대의 편견에 저항하는 것으로부터 조금 바꾸어보겠습니다.







4.이 세상에 의미없는 것은 없다.


굉장히 친절한 것을 넘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모든 오브젝트와 '모든 이름이 있는' 인물들이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대화를 하든 결코 무의미한 행동은 없습니다.


저는 이것보다 더 따뜻한 게임 방식을 알고있지 못합니다. 어떤 게임에선 전략이니, 효율성이니 하면서 내가 어떤 틀린 행동을 했고 어떻게 고쳐야 이기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소위 말해서 공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이름없는 자'로서 자신의 기억을 잃은 자입니다. 그는 시체안치소에서 시체들 사이에서 일어나죠. 하지만 그는 기억상실에 걸려있고, 옆에는 자신을 대장이라 부르는 해골하나가 둥둥 떠있을 뿐입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기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그렇게 만나는 세계들과 그 안에 인물들이 보여주는 흔적들, 의미들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이 게임의 주된 플레이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굉장히 플레이어가 얼만큼 알고 싶어했는가? 에 따라 게임의 체험을 판이하게 달라지게 할 게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게임을 난이도라는 기준으로 잰다면 굉장히 그 난이도는 낮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알고 싶은만큼 이 게임의 세계를 여행했다면 충분히 엔딩을 볼 수 있게 시스템이 짜여 있으니깐요.




5.게임에 대한 추억은 곧 동료들과의 추억.


저는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탑니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도 멀티플레이 아니면 금세 지치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죽고 죽이는 블리자드 게임을 즐길 수밖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협동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편인데도 자신이 누구때문에 졌고, 누가 자기때문에 이겼고 하는 서로 탓을 돌리는 행위들만 존재하죠. 거기엔 블리자드가 말하는 소위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라는 것이 전무합니다.


정말 실제친구가 아니라면, 블리자드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배경만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진정한 동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것을 느끼며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지 둥둥 떠다니는 극혐의 그래픽이라고 생각했던 해골이, 나중가선 가슴이 뭉클해져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버리고 싶지 않은 제 친구가 되어있었고, 처음엔 왜 나한테 욕을 하지? 라고 말하던 사람은 어느샌가 꼭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하고 싶은 동료가 되어있었습니다.


단순한 AI가 아니라, 그 동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그 기분들 선택들에 공감하게 되었고, 동정하고 동정받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에서 얻는 경험들은 하시는 분들마다 다르시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이러한 동료들과의 추억을 얻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에서 이 게임은 두번으로 따뜻해집니다. 내 행동뿐만 아니라, 남의 행동들조차도 거기엔 모두 의미가 있고 아무리 이 세상에서 사람들한테 버려지는 쓰레기같이 취급받는 인물들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어떤 사연들, 마음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진짜 너무 뭉클했습니다.




6.굉장히 퀄리티 높은 대사와 스토리.


이 게임의 대사와 스토리는 어디서 봤을 이야기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단순히 선이 악을 무찌르고 악이 패배한다 식의 구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씩 모자른듯한 인물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멋지거나 압도감을 주는 인물들, 너무나 직설적인 대사들, 은유적이고 아름다운 묘사가 빛나는 대사들, 사람의 어두운 욕망과 신념들을 드러내는 대사들은 너무나 하나하나 곱씹어볼만큼 풍부한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곳엔 제가 공감할 수 있을만큼 이유가 있는 것들도, 아니면 막고 싶을만큼 나쁜 것들도 존재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온갖 선택들을 알아가고 내려가며, 여러 인물들의 가치관과 부딪혔습니다.


기억이 없는 '이름없는 자'는 그렇게 저와 하나가 되어서, 제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었고 제가 원하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또한 제가 공감하는 의미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저 스스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런면에서 이 주인공은 어떤 제시된 인물이어서 몰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저일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세계에 매몰되어 살아가던 저는, 실상 이 이름없는 자만큼이나 저의 기억에 대해서 저의 의미에 대해서 숙고해볼 경험이 없었으니깐요.


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하나의 세계를 옮겨놓고 제가 그 안에 빠져있는 것처럼 몰입을 주면서도, 거기에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자신의 흔적을 찾아가는 형식을 통해, 오히려 실제 모니터 밖에 있는 스스로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7.음악과 연출의 시너지.


이 게임의 음악과 분위기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플레인스케이프의 세계관에서 '시길'이란 도시의 묘사하며, 시체안치소부터 그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하나의 그림을 보듯이 잘 전달됩니다.


이런 면에서 이 게임은 단순히 텍스트로만 호소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그래픽도 그것이 주는 느낌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하나의 그림을 감상할 때 단순히 그 그림만을 보지 않고 그것이 내뿜는 분위기에까지 같이 젖어드는 것처럼 이 게임의 그래픽은 하나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 음악에 대해 호평하시는 분들은 많이 못 봤지만, 이 게임의 음악은 제가 근 10년동안 들어본 게임 음악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름없는 자의 사연과 동료들과의 뭉클한 마음(물론 이것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을 음악을 통해서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제가 굉장히 축복받은 플레이어일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저는 이 게임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크리스 아벨론(Chris Avellone)이라는 사람이 리드 디자이너를 맡아 개발되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여러 검색을 해본 결과 서양 RPG계에서는 굉장히 대표적인 제작자로 꼽힐만큼 실력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제가 계산을 해보니 거의 20대 후반에 이 게임을 만들고 있었더군요...저랑 비슷한 나이대에 이런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니 한편에서는 존경도 하게 되고, 한편에서는 현실에서도 못 사귀는 굉장한 친구를 시대를 넘어 게임으로 만난 것만 같은 저 혼자만의 기분이 들어 애정이 뿜뿜거립니다.


그 무엇보다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건에 있었더니 이런 명작이 나왔다."는 글을 읽고, 정말 다시금 이 세상에도 멋진 사람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오쇼크를 리뷰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게임도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건 게임 자체로도 칭송받을 수 있을만큼 멋진 게임입니다.




정리


단순히 텍스트가 많은 게임이라는 그런 종류의 평가만을 내리지 않고 색안경을 벗으시는 분들에게, 이 게임은 제가 해본 게임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명작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게임에 대해선 결코 평점도 남길 수 없을 겁니다. 우선 블로그엔, 게임에 비해 굉장히 부족한 리뷰를 이렇게 남겼지만, 두고두고 생각해보고, 또 쓸만한 리뷰들은 이 게임에서 무궁무진합니다.


이 게임은 인물설정, 세계관, 그래픽, 분위기, 음악의 시너지가 엄청나며, 전투 컨텐츠의 부족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애초에 게임을 전투 시뮬레이션으로만 한정짓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난다면요...


(총을 쏘든, 칼을 휘두르든 결국 내가 하는 것은 누가 더 클릭질을 잘하냐겠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 스토리의 의미와 감동의 전달은 언제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2018년이 되어 되돌아볼 때, 이 게임은 그 역사에 있어 선구자격이기도 하지만, 사라지는 역사의 마지막이기도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정말 정말, 굉장히 소수에 불과한 이런 게임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토먼트와 비슷한 게임을 얼마나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과 같은 텍스트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과 인물에 대한 체험으로서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해도 분명 명작으로 기억될 그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든 영화든 이런 류의 감동을 받는 경험은 굉장히 희소하고 제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 가치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리뷰가 어떻든 이 게임은 그 이상이라는 말을 더욱 강조하면서 글을 맺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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