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고전 게임들에 대해서, 거품 뺀 솔직한 리뷰를 주로 하고자 하였는데요. 아마도 제 의도는 남들이 뭐라 좋다 싫다 하기전에 직접 내가 해보고, 내가 느낀바를 솔직하게 써보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로 고전이라는 이유에서 추억보정을 당한 게임을 주로 리뷰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거품은 단순히 고전에만 끼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것이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간에, 괜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한다고 휩쓸리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요즘 굉장히 핫한 게임을 리뷰하게되었습니다. 제 리뷰에는 스토리 스포일러가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으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이름하여,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그 "카타나제로!" 입니다.

 

 

 

게임방식

 

장르는 2D 횡스크롤 도트 액션 게임인데요...장르명에서도 그렇지만, 여기까지 리뷰를 찾아보시는 분들은 이미 트레일러나, 플레이영상도 한번씩 보시고, 어떤 방식의 게임인지 아실 겁니다. 넵, 말 그대로 횡 이동을 하면서 적들을 저 카타나 하나로 제거하는 게임입니다.

 

흔히 이 게임의 난이도는 좀 있는편이라고 소개되는데요. 이유는 그 이유는 "적도 한대, 나도 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간의 실수만 하더라도 바로 죽어서 다시 해당 스테이지를 리트라이 해야만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난이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적도 한번에 죽는 것을 보면서 어떤 액션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렛타임을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게임의 속도를 늦출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난이도는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닙니다. 동시에 벽을 밟고 2단 점프를 하거나 하는 플랫포머의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총알을 칼로 튕겨내는 등의 타이밍을 맞추는 일도 굉장히 중요한 게임입니다.

 

불렛타임으로 유명한 락스타 게임즈의 게임, 맥스페인

그리고 이 게임에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는, 주인공이 죽어서 리트라이 하는 과정을, "시간을 되돌린다"는 그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게임 설정으로 잘 설명해내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 부분은 단순히 게임적인 허용으로서 부활이 되는 것이 아닌, 인게임 내에서 충분한 설명과 개연성을 통해 부활하는 것이라고 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흥미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 "엣지오브투모로우"에서도 이런 비슷한 설정을 미리 영화에 사용한 적이 있죠.

 

죽으면 다시 시간이 되돌려져, 반복학습(?)의 재미를 알게 해주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말 그대로 죽어도 계속해서 시간이 되돌려지기 때문에, 주인공은 적들의 패턴을 미리 알 수 있고, 또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적들을 공략해나갈 수 있다는, 그런 류의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쓴 덕분에, 저같은 경우 게임 내에서 죽으면 스트레스가 몰려온다기 보다는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어떻게든 뚫고 간다."라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할까요? 죽으면 저 스스로 뭔가 더 알게되고,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면서, 계속 강해지는 느낌을 들게 해주었습니다. 단순히 수치적인 강함이 아니라, 정말 플레이어가 해당 스테이지의 마스터가 되어가는 기분을 들게 만들어주는 아주 좋은 설정이었다고 봅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면서 느낀 재미를, 게임 플레이로 체험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스토리

 

스토리도 굉장히 다크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데요. 과거 전쟁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는 주인공은 트라우마를 갖고있고, 이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매일 방문합니다. 하지만 이때 그가 받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멘탈케어가 아니라, 이상한 약물과 누구를 제거하라는 의뢰입니다.

 

여기선 뭔가 전쟁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주인공이 겪는 일이 나오는 영화 "람보"나 "지옥의 묵시록"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들과, 동시에 약물과 환상이라는 부분에서 배급사인 디볼버 디지털이 배급한 또 다른 게임, "핫라인 마이애미"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즉 기본적인 설정이 어떤 참신함 없이, 기존의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요소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차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람보를 액션영화로 기억하고있지만, 1편에서는 람보가 갖고있는 베트남전의 트라우마가 영화의 주된 소재였다.

물론 덕분에 게임 내내 분위기는 굉장히 진중하고, 작품성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설정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저는 그 클리셰들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진 못했다고 생각하지만요. 심지어 이 클리셰가 어떤 의미가 있어서 사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람보1편은 보는 사람들에게 시대와 세상에 대한 많은 의문과 생각을 던지게 해주는, 굉장한 명작이지만, 이 카타나제로에서 퇴역군인의 트라우마는 단순히 오락성을 위한 느와르를 풍기기 위한 요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게임의 느와를 어떻게보면 가식적이고, 심지어는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재밌고, 분위기 풍기기 위한 요소 그 이상은 없어요. 물론 게임이 재밌으면 장땡이라는 생각도 있을것일테고, 세상에 모든 느와르 장르들이 진지한 의미를 품은 것도 아닐 것입니다. 저도 역시 재미있는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다만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 게임에서는 작품이나 의미적 깊이로 평가하면서 느와르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일겁니다. 이 게임엔 오락적인 겉멋만 있을뿐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픽과 음악

 

일반적으로 도트는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트를 좋아하신다면 도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뛰어난 색감과, 스타일리쉬한 연출등은 '일부러 도트만 찾아다니지는 않는, 동시에 도트라고 꺼리지는 않는 저같은 유저에게도 굉장히 멋져보였습니다.'

 

가끔 대사에서도 이런 도트의 반짝임과 효과들이 적용이 되는데요. 이 부분은 사람들에게 참신하다고 극찬을 받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약간 촌스러워 보였던 것 같습니다...너무 오래된 네온 간판들이나, 일본 2D 어드벤쳐 게임에 나오는 강조효과들 같은 것처럼요.

 

음악 또한 굉장히 레트로 감성을 잘 따르고 있고, 반복적인 박자로 이 게임이 지니고 있는 액션성에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저도 굉장히 흡족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주인공이 스테이지를 시작하기전에, 이어폰을 꼽으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영화 블레이드3에 나왔던 여자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즉 이미 시도되었던 하나의 클리셰들이었던 거죠.

 

블레이드3에 나오는, 언제나 싸우기전에 이어폰을 꼽는 여전사

 

 

너무나 극찬받는 참신한 명작(?)

 

이 게임이 유명한 이유는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지금 유튜브, 스팀 평가란이나 블로그 리뷰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것처럼, 너무나 심하게 극찬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떤 특정 유튜버는 "이 게임은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천재의 경지에 올라서있다."라는 식의 평가도 했는데요...특히 평가들에서 "너무나 창의적이고 참신하다."라는 투의 리뷰들은 저로서는 지적하지 않으면 참기 힘든 리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계속해서 인용하는 사진이 할리우드 영화나, 기존 유명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미 이 게임에 사용되는 게임성이라든가 설정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굉장히 유명한 다른 작품들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즉 처음 플레이 해봐도, 아 이거 어디에 나왔던건데, 이건 어디에 나왔던건데 하면서 찾을 수 있는 클리셰라는 거죠.

 

하지만 그 따라함에 있어서, 단순히 이미 인기있고 오락적인 관점에서 훌륭하게 평가되었던 요소들이 이 게임에 적용되어있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시도라거나 하는 평가도 할 수 없거니와, 더 나아가서 이 게임에서 이 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작품성을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즉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색에 비추어 평가 자체가 이 게임에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엔 특색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미 인기있는 것들을 가져와 버무렸기 때문에 그것의 새로운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바는 게임 비판이 아닌 리뷰들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즉 띄워주려면, 그렇게까지 띄워주기는 힘든 게임을 가지고, 너무나 많은 말들이 또한 많은 말들을 낳고, 희대의 명작이 나온 것처럼 부풀려져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평점 7/10의 의미

 

그래서 저는 일반적으로 평점을 잘 매기지는 않지만 이 게임은 논외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단지 클리셰 반복이기 때문에, 그러한 점에서 다른 게임들에 비추어 양적으로도 평가 가능한 자격을 이 게임이 갖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 게임은 의도적으로 이미 인기있고 실패가 있기 힘든 요소들만을 골라서 가져온 것이 너무나 직접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떤 창조적인 차용이라는 의미에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게임에 평점을 매긴다면, 저는 이 게임에 10점 만점에 7점을 매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8점은 완전히 독보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요소나 게임의 재미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참신한 요소가 있는 재미있는 게임에 매겨지는 점수이고, 9점은 참신한 요소가 게임의 색다른 재미를 발명하고 이끌어내는 단계, 10점은 독보적이면서 새로운 요소나 장르를 만들어내는 수준이면서 그 자체가 너무나 완전한 게임에 매길 수 있는 점수입니다. 그리고 7점은 그 점수들 바로 그 밑에서, 그 어떤 부분에서도 독보적이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게임에 매길 수 있는 점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7과 8의 차이는 단순히 넘을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그냥 오락적인 동기로 만들어진, 비슷한 문화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여러 복제품들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재밌다는 이상의 평가를 남긴다면 그것은 굉장한 과장이자, 다른 더 참신하고 독보적인 위치에서 장르를 개척해나갔던 게임들에 대한 간접적인 저평가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지양해야되는 부분이겠죠.

 

저는 이 게임을 비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게임이고, 다른 작품들에서 여러 요소들과 설정들을 가져와서 잘 버무렸지만, 그것이 어떤 하나에서 부조화스럽거나 어긋나는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한다면 굉장히 잘 만들어진 액션게임을 하는 기분 충분히 느낄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만원남짓한 돈으로 이런 게임을 즐기시려고 하시는 분들께는, 분명히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하고싶습니다. 하지만 리뷰들을 보고, "기존 게임이나 작품들과는 다른 새롭고 엄청난 것들을 만나보겠어."하신다면, 그것은 그냥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거품에 속으신 겁니다. 저에게 평점 8은, 잘 만들어졌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 이것은 시간이 지나도 고전으로 남을 거라고, 엄청나다고 칭송하면 안되는 게임들에 붙이고 싶은 점수입니다.

 

재밌습니다. 하지만 엄청나진 않습니다. 이상 카타나 제로에 대한 거품뺀 리뷰였습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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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폴아웃76을 제외한) 폴아웃 시리즈 가장 최근 작품, 폴아웃4에 대해 리뷰하겠습니다. 굳이 서두에서부터 폴아웃76을 제외하고 싶은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폴아웃 시리즈가 지켜왔던 핵심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1에서부터 4에 이르기까지 폴아웃 시리즈를 정의하는 그 묘미는, 세계에 홀로 남아 방랑하는 느낌과 거기에서 맞닥뜨리는 세력들의 다툼과 NPC들의 무수한 사연들, 그리고 거기에서 문제에 한 가운데에 뛰어든 주인공이 내리는 판단과 선택의 고충들을 즐기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퀘스트의 연속이나 MMO처럼 만든다면, 그건 이미 이 시리즈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면에서 폴아웃은 솔로 롤플레잉 게임이 지니고 있는 장르적 특색을 잘 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그 장르에서 자신의 시리즈적 특색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장르적 적합성과 함께 제가 생각하는 폴아웃을 정의하는 핵심은 그 '넓은 세계에서 해결사가 느끼는 고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온지 벌써 4년이 되어가는 게임 폴아웃4는 바로 이러한 폴아웃 시리즈의 키워드를 잘 지켜내주기에 분명 시리즈를 잘 계승하고 있는 게임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단점은 있겠지만요. 그럼 이제부터 제가 폴아웃4를 하면서 느낀 소감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제 리뷰에는 스포가 없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전체화면으로 보시길 권장합니다.

 

 

그래픽

 

우선 폴아웃4는 뉴베가스 이후에 그래픽의 발전을 보여줍니다. 물론 요즘 나오는 트리플A게임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저는 롤플레잉 게임에 있어서 그래픽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까닭도 있지만), 폴아웃4의 세밀한 묘사들은 오히려 제 눈을 즐겁게 해줄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뉴베가스는 폴아웃3와 거의 동일한 시스템과 그래픽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폴아웃3이후 고작 6년 남짓한 시간동안 이 정도면 전작에 비해 굉장한 발전이라고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특히나 업그레이드된 파워아머의 그래픽과 건물들의 디자인들은 굉장히 멋지기 때문에 일일이 구경하러 다니는 재미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것의 사실성보다는 세밀한 디자인들에 굉장히 눈이 즐겁다고 할까요? 이 게임보다 더 좋은 그래픽이 추구하는 사실성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거의 영화와 같은 그래픽일텐데, 그런 그래픽은 저는 오히려 게임이 지니고 있는 특색과 어울리지 않다고도 생각됩니다. 아주 사소한 예부터 들어, 우선 핍보이를 키는 순간 게임이 정지되는 것부터, 무기를 바꿔 드는데 아무 시간도 걸리지 않는등의 여러 게임적 허용들, 시스템들이 이미 게임만의 그래픽과 잘 대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은 사실적인데, 여러 게임적 허용들은 분명 현실보다 더 단순화되어야 하는 것이 맞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단색톤의 폴아웃4의 그래픽은 간결하면서도 한번에 파악하기 쉬운 시각정보들을 담고 있다고 해석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심지어 베데스다의 게임들은 모드를 이용하여, 게임을 어느정도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그래픽을 업그레이드 시켜서 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 언급할만한 사실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은, 오히려 스카이림과 함께 폴아웃4가 베데스다 게임 중에서 그래픽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가장 모드를 사용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그래픽에 대해서 여러 말을 하는 것보다, 이미 위에 있는 오피셜 트레일러에서 그래픽을 확인하실 수 있기도 하답니다. 실제 인게임에서도 옵션을 맞추신다면 저 정도 그래픽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컨텐츠 : 1.하우징과 무기개조

 

베데스다는 무엇보다 진짜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플레이어들이 진짜 그 세계내에 살고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게임을 자주 개발하는데요. 이 게임은 그러한 베데스다의 특색을 굉장히 많이 발전시키고자 하는 컨텐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방향에서 폴아웃4에서 새롭게 추가된 컨텐츠는 나열하면 끝도 없지만, 제가 우선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가지에 대해서 써보고자 합니다.

 

특히나 하우징은 이 게임을 언급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플레이어들은 탐험을 하면서 모은 아이템을 가지고 분해하여, 그것으로 집을 짓고, 거리를 꾸미며, 지역을 지켜주는 포탑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우징이라기 보다는 마을 하나를 통째로 꾸밀 수 있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하우징만을 주축으로 하는 여타의 게임보다는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살기 너무나 어려운 폴아웃의 척박한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직접 자기 손으로 하나씩 노력하여 살기좋고 안정된 마을을 세우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들 수 있는 오브젝트의 한계를 정해놓았기 때문에, 단순히 바닐라(모드를 깔지 않은 순정 게임 상태)에서는 이 하우징에서 한계를 많이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반대로 하면, 모드를 까는 순간 이 하우징만을 주 컨텐츠로 삼을 정도로 굉장히 재밌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이 하우징을 싫어하고 기존의 폴아웃이 지니고 있는 요소들만을 좋아하셨던 분은 굉장히 귀찮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우징이 단순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무기를 만들고 물자를 보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 필요한 최소한도만 짓고, 플레이를 지속하실 수도 있습니다.

 

기존 폴아웃 시리즈에서는 무수한 고철과 같은 잡템들이 단지 무시할 것들이었다면, 폴아웃4에서는 특히나 이 하우징덕분에 재료까지 모으는 재미가 있습니다. 파밍하는 재미라고 할까요? 이 재미가 맵을 돌아다니고, 퀘스트를 깨가는 과정에서 함께 해서,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폴아웃4에서는 유니크 아이템들도 전편들보다 굉장히 많지만, 이 잡템들을 모아 작업대에서 무기들을 파츠별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 꼭 핵앤슬래쉬 게임을 하는 것처럼 파밍과 선택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를 더 드리자면, 하우징을 위주로 하는 게임과 파밍과 업그레이드를 위주로 하는 게임보다 분명 그 선택의 폭이 낮은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베데스다식 오픈월드에서 그 두가지 컨텐츠를 모두 즐긴다는 면에서, 오히려 비교하면서 낮게 평가할 사항이 아니라, 더해져서 재밌는 요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런 넓은 세계에서 마을을 짓고, 무기를 개조하는 게임은 굉장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컨텐츠 : 2.미닛맨 퀘스트

 

그리고 폴아웃4에는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반복 퀘스트가 존재합니다. 위에 말씀드린 하우징을 바로 미닛맨의 거점 마을들에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닛맨은 폴아웃4의 한 세력으로서, 게임의 배경이 되는 커먼웰스 지역의 일반인들을 지키기 위한 자경대입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굉장히 정의롭고 선한 세력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 미닛맨 퀘스트가 무한 반복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퀘스트는 마을을 침공하는 적대 세력을 막거나, 납치된 사람을 구하거나 등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처음 할 때는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뜻 여기까지 읽으시면 '그냥 다른 거 할 것도 많다는데 안 하면 되지, 무한반복이 무슨 문제냐' 싶기도 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 무한반복 퀘스트는 강제로 부여됩니다. 베데스다에서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을이 침략을 받는데 그것을 막지 않으면 기껏 발전시켰던 마을의 시설물들이 끊임없이 파괴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침략과 척박한 생활은 끝이 없는 것이기에, 현실적이기 위해서 그랬다고 이해는 해볼 수 있습니다.

 

폴아웃4를 하면 한번씩 보면서 이를 갈게 된다는 미닛맨 퀘스트를 주는 NPC, 프레스턴 가비입니다.

무한반복을 강제한다는 것도 플레이어를 질리게 하는 사실이지만, 한편 다른 퀘스트를 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침략을 막으라는 퀘스트가 뜨기 때문에 중간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심지어 이 프레스턴 가비는 메인퀘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데 그때부터 퀘스트를 완료할 때마다 퀘스트를 계속 줍니다.

 

물론 퀘스트를 해결할 때마다 굉장한 인정과 명예가(?) 돌아오지만, 실상 가비의 노예가 된 기분까지 들게 됩니다. 심지어 이 미닛맨 퀘스트의 반복을 해결해주는 모드가 굉장히 인기있을 정도니, 어느 정도일지 감이 오실겁니다. 이 이야기는, 모드를 깔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라고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게임도 훌륭하긴 하지만, 이런 몇가지 결점때문에 베데스다 게임들의 최대 장점은, 유저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바꿀 수 있는 모드개발과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성화되어있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스토리

 

폴아웃4의 스토리는 굉장히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나 메인퀘스트의 주요 목적을 서브퀘스트와 방대한 월드 컨텐츠 때문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로 지적받는 사항입니다. 정작 베데스다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세계와 서브 퀘스트, 위에서 언급한 하우징에 파밍, 그리고 가비의 노예짓(?)까지 하다보면, 정작 메인퀘스트에 몰입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 부분에서는 그냥 다 제쳐두고 메인퀘스트를 먼저 보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폴아웃4에서는 엔딩을 보더라도 게임이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엔딩 이후가 진정한 컨텐츠의 시작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신경 안 쓰시고, 하우징, 미닛맨 퀘스트를 하다가 나중에 몰입해서 메인퀘를 끝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선택은 플레이어에게 주어져있어서 이 부분은 그리 큰 단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주관적이긴 하지만, 스토리의 질도 꽤 좋은 편입니다. 뉴베가스와 같은 스토리와 설정 명작을 비교대상으로 두면, 점수는 깎이겠지만, 다른 여타의 RPG들과 비교해봤을 때 오히려 그 퀄리티는 굉장히 높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다분히 퀘스트가 짧고, 세력 퀘스트와의 호응 때문에 아주 약간의 억지 설정과 급전개, 그에 따르는 점프되는 개연성들이 보이지만, 저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나 서브 퀘스트와 함께 지역들을 탐험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NPC들의 온갖 사연들은, 전작들에 비해 그 양과 질에서 굉장히 발전했습니다. 동료들 또한 모두 각자 나름의 사연들과 퀘스트가 꽤 양이 되었으며, 지역들을 탐험할 때 오히려 뉴베가스 이상으로 즐길 컨텐츠가 많았습니다. 물론 나날이 발전하는 게임 시장에서 옛날 게임에 비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이 둘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사뭇 다릅니다.

 

물론 이 두게임 모두 훌륭하게 양자 모두를 성취하고 있지만, 뉴베가스나 여타 옛날의 롤플레잉이 퀘스트에서 오는 몰입을 중요시했다면, 폴아웃4에서는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새로 맞닥뜨리는 여러 사연들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폴아웃4는 정말 모든 건물마다 사연들이 서려있고, 인게임내에서 읽을 것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DLC들

 

파 하버, 누카 월드와 같은 폴아웃4의 DLC 또한 굉장히 우수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3D로 만들어진 전작들, 폴아웃3나 뉴베가스에서는 DLC가 하나의 어드벤처 게임들이었다면, 폴아웃4는 DLC마다 새로운 지역과 세계를 제공합니다. 이부분은 추후 폴아웃3, 뉴베가스 리뷰를 할 때 다루면 좋을텐데요.

 

우선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전자의 두개 작품은 게임과 독립되어 간략한 FPS 어드벤쳐게임들을 제공합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동료들과 아이템들도 다 두고 완전히 새로운 DLC지역에 진입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폴아웃4의 DLC들은 아이템과 동료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새로운 지역에서 탐험을 지속합니다.

 

그렇기에 폴아웃4의 DLC 지역도 전편들의 DLC에서 제공했던 것보다 굉장히 넓고, NPC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면에서 성의들인 DLC들보다도 더욱 더 성의있게 만든 DLC들이란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한편 한편 할 때마다 더 꼼꼼하게 컨텐츠들을 즐기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자체로 DLC의 장점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은 폴아웃4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폴아웃4 DLC에서 중요한 것은 독립된 퀘스트들의 추가가 아니라, 세계의 확장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베데스다의 개발 방향을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의 확장에서, 로봇 동료를 직접 만들 수 있는 dlc 오토매트론이 보여주고 있는 것도 양적인 확장이 아닌, 질적인 확장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데스다의 게임, 폴아웃4

 

롤플레잉이 하나의 새로운 세계에서 역할 수행극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베데스다는 이 '새로운 세계'에 굉장히 큰 중심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RPG를 만드는데 있어서 퀘스트로 제시되는 새로운 사건들을 중요시하는 방향이 있는 한편에, 이 새로운 세계가 그 자체로 줄 수 있는 체험에 굉장히 강조점을 주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한 면에서, 베데스다의 게임은 특히나 건물들의 디자인들과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신경쓴 부분들이 굉장히 눈에 많이 보입니다. 정말로 누군가가 일일이 벽돌을 쌓아서 올린듯이 느껴질 정도고, 방금 누군가가 머무른 자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면에서 '현실성'보다는 게임의 세계가 추구할 수 있는 지점을 굉장히 잘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인물들은 각자 사연을 지니면서도 서로 얽혀있고, 그것들이 현실보다 더 파악하기 쉬운 형태로 더욱 간결하게 플레이어들에게 제공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래픽의 현실성만이 아닌, 사건들의 현실성까지 어느정도 게임의 기준으로 재단할 필요가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유저들에게 진짜 현실을 준다면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실상 컨텐츠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되어버릴테니깐요.

 

그리고 그 벽돌을 쌓듯이, 오브젝트들을 구성하듯이, 베데스다의 게임은 사건들에 있어서도 하나의 세계를 얽히고 설키게 만들어서 아주 잘 구축하고 있습니다. 베데스다는 폴아웃의 세계를 아주 잘 재단하고 잘 꾸며놓고 있고 폴아웃4는 그 방향에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완성품입니다. 그게 당장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퀘스트에는 드러나지 않지만요. 반쯤은 우스갯소리고 반쯤은 진담이지만 RPG 작가의 전설인 '크리스 아발론'(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라는 희대의 명작을 만든 천재입니다.)이 집필에 참여한 뉴베가스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스토리도 굉장히 훌륭한 쪽에 있습니다.

 

훌륭한 퀘스트라인, 그리고 선택과 판단이라는 정통 RPG로서의 폴아웃이 있다면, 베데스다 식의 폴아웃은 폴아웃 자체가 지니고 있는 핵심 요소와 굉장한 시너지를 냅니다. 바로 제가 서두에서 말씀드린, "모든 것이 다 황폐해진 세계에서 홀로 걷는 해결사로서의 체험"을 굉장히 잘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폴아웃이라는 시리즈를 베데스다에서 이어가더라도 세계적인 성공작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굉장히 찰떡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폴아웃4는, 폴아웃 시리즈를 재해석하고 발전시켜왔던 베데스다가 가장 최근에 만들어낸 훌륭한 계승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제는 폴아웃하면 베데스다식 오픈월드부터 떠올리게 될 정도입니다.

 

 

결론

 

이 게임의 컨텐츠는 실상 한명이 하나의 글로 모두 설명하기엔 굉장히 벅찰 정도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전작에서 추가된 요소는 써보면 끝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직접 게임을 즐기시게 된다면, 분명 그 많은 컨텐츠들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계속 새롭게 알아가고 새롭게 선택하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마치며, 뒤늦게 폴아웃4를 접하고 이미 많은 리뷰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저만의 리뷰를 작성하는 가운데 제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1.제가 생각하는 폴아웃 시리즈의 핵심은 "황폐한 세계에서의 고독함"이며,

2.베데스다식 오픈월드는 그것을 굉장히 잘 구현하고 있으며 이 둘은 굉장한 시너지를 낸다.

3.폴아웃4는 폴아웃 시리즈의 발전에 대한 베데스다의 고민과 성의가 굉장히 잘 반영된 작품이다.

(4.하지만 프레스턴 가비와 미닛맨 퀘스트는 정말 심했다...)

 

그렇기에,

 

1.오픈월드에서 여타의 작품을 앞서가는 자유도를 좋아하시는 분들,

2.한 게임에서 하나의 인생을 사는 것만큼 여러 컨텐츠들을 좋아하시는 분들,

3.폴아웃 특유의 고독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즐기실 수 있는 분들

또한, 베데스다의 다른 작품을 해보시고 베데스다의 고민과 발전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게임을 해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폴아웃4는 흔히 전작들과 비교하여 폄하되는 것과는 별도로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폴아웃 자체가 오래된 시리즈이다보니 고전의 향수라는 함정들에서, 비교만 당하다 원래 자신이 받아야 했던 칭찬을 다 못 받은 게임이라고 할까요...동시에 사실적인 그래픽만 추구하며 게임성이라곤 부족한 요즘 게임과도 비교당하면서 또 폄하됩니다. 저는 이런 가운데 폴아웃4가 지니고 있는 그 탁월함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FPS게임이지만, V.A.T.S와 같은 유명한 시스템과 더불어 단순히 싸우기만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에 가까우니깐요. 단순히 클리어가 목표처럼 제시되었던 여타 게임의 고단함은 잊어버리고, 단지 이 세계에 흠뻑 잠겨보시는 것도 굉장히 좋은 경험일거라고 봅니다.

 

긴 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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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한동안 푹 빠져 즐겼지만,

결국 나쁜 감상을 가지게 된 게임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에 대해 리뷰하고자 합니다!

 

우선 말씀드릴 것은 플레이동안 재미로서는 굉장히 수작인 게임이지만, 동시에 이 게임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3에 대한 기대감 자체를 아예 없애버릴 정도로, 다 하고나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몇가지 요소들을 분류한 뒤 이 게임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제 리뷰들에는 스포일러가 없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그래픽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의 그래픽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1보다 굉장히 진일보했습니다.

제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1을 하고 바로 2를 했기 때문에 그 그래픽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우선 텍스쳐 자체도 굉장히 많이 발전했지만,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션이라든가, 스킬 이펙트라든가, 또한 주변 환경사물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묘사되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불을 켜서 동굴을 밝히는 시스템에서는, 1보다 굉장히 환경 상호작용에 신경을 썼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변인물들도 1에서는 단순한 그림처럼 느껴졌다면, 2에서는 각자의 모션들도 묘사되었기에, 굉장히 생동감이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만의 작화와 시너지를 일으켜, 판타지 게임의 분위기를 여실히 주어서 충분히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육성과 전투

 

우선 이 게임의 전투는 현재 나와있는 게임 중에서도 단연 앞서고 있는 게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DnD룰에서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조쉬소여가 자신 나름대로 새롭게 개발한 게임방식은, 기존 올드스쿨 게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발더스 게이트보다도 오히려 더욱 진보했다고 생각합니다.

 

버릴 능력치가 없이 모든 능력치의 1까지 캐릭터에 영향을 주는 이 시스템은 전사 캐릭터에게도 지능이 쓸모가 있고, 마법사 캐릭터에게도 힘이 쓸모가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시스템은 유저들이 캐릭터 작성부터 공략을 찾아가며, 기존의 방식을 따라갈 필요없이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판단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줍니다.

 

물론 기존 공략을 알아내서 무조건 좋은 캐릭터만 키우려는 의도에서 이 게임은 오히려 자유도가 너무 높은 게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좋은 캐릭터가 아닌, 내가 판단해서 만들어가는 나만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이 게임을 한다면, 오히려 이 게임은, 남의 캐릭터가 아닌 진정한 나만의 캐릭터와 전투를 진행해갈 수 있는 여건을 유저에게 제공해준다고 이해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각 능력치들과 각 스킬들은 인게임 내에 상세하게 설명이 써있어서, 따로 공략 사이트를 찾아보지 않아도, 유저들은 직관적으로 자신이 신경써야할 수치들을 알 수 있으며, 바로 이러한 직관적인 이해에서 비롯된 전투시 판단과 선택은 전투의 재미에 배를 더 합니다.

 

정말 전투 도중 일시정지만 안 시킨다면 디아블로와 같은 핵앤 슬래쉬에도 비견될만큼, 스킬들은 나름의 특색들이 확연하며, 오히려 그 이상의 판단과 선택의 재미를 유저에게 준다는 면에서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의 전투는 게임중 단연 선두를 달린다고 생각합니다. 

 

 

 

진행방식

 

그래픽도 발전하고 전투도 발전했지만, 진행방식만큼은 올드스쿨 이소메트릭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유저들은 가는 곳마다 모든 오브젝트들을 일일이 확인해야하며, 맵을 키고 샅샅이 모든 곳을 살펴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굳이 이 게임의 감점사항이 되지 않는 까닭은, 모든 오브젝트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탐험의 요소가 있으며, 모든 맵이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디비니티에는 없는 Tab키를 통한 오브젝트 표시 기능은 이 게임을 포인트 앤 클릭과는 분명 다른 RPG의 탐험 요소를 가능케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작은 기능이 유저들에게 숨은 그림 찾는 기분이 아닌, 정말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쥐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분명히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의 장점으로 다가오는 사항입니다. 맵을 밝히는 것 자체가 꼭 레벨링을 하는 기분처럼 차곡차곡 이 세계에 대한 경험을 쌓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물론 이동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기때문에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 같은 경우엔 빠르게 이동하기 기능나 맵에서 바로 선을 그어 생략해주는 시스템등이 많이 유저의 편의를 챙겨줬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저는 분명 예전보다, 그것도 꽤 많이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게임은 기본 여타 WRPG들이 그러듯이, 이 게임은 메인퀘와 서브퀘스트, 그리고 섬들을 탐험하는 요소로 나뉘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 게임은 몇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요소로 추가된 해상전은 거의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텍스트로 돌아가는 미니게임 수준이라고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상전을 왜 추가했나 싶을 정도로요. 분명 이 점에서 이 게임은 받지 않아도 되는 감점요소를 가지게 됩니다.

 

동시에 탐험과 서브퀘스트 자체가 그리 흥미롭지 않습니다. 각 지역마다 기구한 스토리라든가,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나 몬스터라든가 할 것을 그다지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단지 서브퀘스트가 있다는 식의 구색 맞추기 정도랄까요? 물론 그런 서브 퀘스트와 탐험에서 유니크 아이템들을 발견하게 되지만,

 

사실상 이 게임에는 유니크 아이템이 굉장히 많지만 서로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지 않아 쓰는 아이템만 계속 쓰기 때문에 그런 아이템 발견에서 오는 희열도 없습니다. 즉 이 게임은 게임 진행하는 형식은 굉장히 마음에 들지만, 그 알멩이들이 다 비어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에 뭐가 나올지 몰라 계속 흥미진진한 기분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RPG 자체의 형식에서 오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그것때문에 기분이 좋더군요.

 

 

 

세계관과 스토리

 

이 게임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1의 세계관, 주인공을 그대로 가져오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의 신들과 같이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의 세계에도 여러 신들이 존재하며, 고대인들의 세계, 영혼의 윤회와 같은 세계의 주요 요소들이 서로 관련을 맺고있는 세계관은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드래곤이나 잡거나, 악당을 물리쳐라 하는 RPG에서는 식상한 레퍼토리를 반복하지 않고,

결코 선하지 않은 신들이 일으키는 사건들 한 가운데 주인공이 있는 스토리는 굉장히 신박했습니다.

 

하지만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는 스토리에서 정말 처절하게 감점을 주고 싶습니다. 정작 세계관은 그렇게 참신하고 재밌으면서도, 각 세력들의 스토리는 이미 어디서 본듯한 틀에 박힌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와놓은 데다가 그 분량도 많지가 않습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서브퀘스트의 스토리도 그렇게 재밌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소소한 일상사들과 재미를 주지 못하는 약간의 퍼즐들이 얽혀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대망의 메인퀘스트는...이 게임을 망친 주범이라고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여기서 엔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메인퀘스트만 말씀드리더라도 실상 스토리가 그 양적인 측면에서도 없고, 질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화를 통해 하나의 사건을 계속해서 반복 묘사하거나 그 사건과 크게 관계없는 주변이야기를 얽혀놓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정작 큰 줄기가 되는 스토리는 진행되지도, 그 자체로 풍부한 내용을 갖지도 않은채로 게임이 제시한 신화 내용들을 가져다가 일견 현학적인 것으로 보이는 대화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대화를 위해서만 쓰여있는 것 같은 대사들은 계속해서  쓸데없는 말을 읽는 것처럼 그 어떤 내용적인 측면에서 재미를 주진 못했고, 텍스트 위주의 게임에서 단지 양을 늘려놓은 것만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론

 

그렇기에 다음 상황이 궁금해지는 RPG의 진행방식을 띄고 있고,

굉장히 직관적이고 선택과 판단을 유저에게 맡겨주는 전투는 굉장히 재밌었지만,

정작 이 게임은 그런 플레이 뒤에 오는 달성감을 유저에게 안겨주지 못 했다고 봅니다.

 

1.대화와 스토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고 싶은 분들,

2.저처럼 올드스쿨 RPG의 진행방식 자체에 굉장히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

3.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서 이기는 전투의 재미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

에게는 이 게임을 추천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하는 내내 재밌었지만,

이 게임의 모든 것을 안 순간부터 이 게임에 화까지 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측면에서 플레이타임은 길었고, 그 시간동안 즐거웠던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이 게임에 좋은 감상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1.정작 대화와 스토리는 겉면만 돌고 있었고,

2.다음 나올 것이 궁금하게 만드는 그 방식에서 비롯된 재미는 실망으로 가득찼고,

3.정작 위의 두 상황때문에 제가 해왔던 전투는 왜 해야되는지 동기를 모두 잃어버린 핵앤슬래쉬처럼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올드스쿨 방식의 RPG 답게 이 게임이 지니고 있는 느린 전개와 긴 로딩과 같은 인내심 강요는, 오히려 전투의 재미만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 게임을 재밌어할까 그런 의문을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상 게임의 형식만 굉장히 출중할 뿐 그 알맹이는 굉장히 아쉬운 게임,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의 솔직한 리뷰였습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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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나온 게임이면 그렇게 오래됐나?" 싶기도 한데, 벌써 2018년 겨울이군요. 오늘은 벌써 날씨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스산할 때는 뭔가 따뜻한 것을 찾고 싶기도 합니다...뭔가 따뜻하고 진한 무언가를요.


아직 20대인 제가, 이렇게 옛날에 나온 게임을 찾게 되다니 조금은 저 스스로도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냥 옛날 게임이니깐 더 고전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정작 저는 요즘 유행들에 잘 공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생게임을 만들어주는 회사라고 칭송하던 블리자드는 우리의 뒤통수를 후리듯이 중국에 하청을 줘서 디아블로 이모탈을 만들고, 폰게임 아니면 돈만 되는 게임들만 무수하게 나오는 이 시대 배후엔, 게임에 대해서 아직도 더 편하게, 더 재밌게만 외치는 우리의 자세도 한몫하고 있을 겁니다.


pc게임이든 콘솔 게임이든 온갖 그래픽좋은 게임들과 영화같은 트리플 A게임들의 홍수 속에서, 저는 뭔가 가슴속으로 찐하게 남을만한 그런 명작이 하고 싶어지는 허덕임에 놓여있었습니다. MOBA 게임같이 더 이상 영혼없이, 눈과 손만 즐거워지고, 서로 죽이고 죽임 당하기만 하는 가운데 쾌감을 느낀다면서 빈 껍데기같은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018년 11월 말, 시대가 역행하는 것도 아닌데, 찐한 감동을 갈구하며 혼자 찾아서 해보게 된 게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에 대해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너무나 감동을 받았고, 오히려 요즘 게임이나 요즘 시대의 흐름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포는 당연히 없습니다.^^)




1.텍스트가 많아서?


이미 많은 분들이 검색해보셔서 아실지도 모르지만, 토먼트에서는 텍스트가 게임의 주를 이룹니다. 이 게임에 사용된 단어만 80만 단어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옛날 고전게임으로 치부하면서, 미연시같은 것도 아니면서 글이나 읽는 그런 게임을 할 바에 소설이나 읽겠다고 말씀하시는데, (과연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소설이나 읽을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그 생각 뒤엔 실상 게임에서는 전투나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편견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총을 쏘든, 칼로 베든, 마법으로 짓이기든 누군가를 이기고 죽여야만 속이 시원하다는 그런 류의 편견이죠. 아니면 자동차나 비행기를 몰든가요.


하지만 저에게 게임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몰입"이라는 경험을 주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책도, 영화도, 연극도 보면서 극중에 몰입하게 되면 내가 꼭 그 세계 안에 들어가있다는 느낌을 주죠. 그리고 그만큼 그 내용에 감동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리고 분명 게임은 그런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특히 몰입할 수 있는 세계를 더욱 잘 재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안에 하나의 세계안에 플레이어가 들어와있을 수 있게 해주죠. 왜냐하면 소설이나 영화 같은 것은 그 이야기의 객관적인 형성에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없지만, 게임은 선택지를 통해 그 스토리 자체를 형성해나가기 때문입니다.


그 세계를 구축해나가는데 필요한 방법이 그래픽의 향상일 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오늘날 그렇게 그래픽은 차고 넘치는데 세계관이나 스토리에선 한참이나 별볼일없는 게임들이 대홍수를 이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픽 카드를 백만원 넘게 갈아치우면서도 게임 감상으로는 끊임없이 정작 컴퓨터 사양이 모자라서 렉 때문에 적들을 더 못 죽였다고 불평이나 해대는 플레이어들이 대다수이죠.


하지만 이런 말씀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최고의 그래픽카드는 상상이다." 사실 그래픽이든 글이든, 그 매체의 뛰어남이 무엇이든간에 플레이어가 더 몰입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게임 제작에 있어서는 더욱 선택해야되는 방향일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텍스트가 실제 컴퓨터 그래픽보다 더 뛰어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건 역시나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게임이란 매체의 가능성을 오로지 그래픽을 통한 액션에 한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평소에 글을 읽는 것을 영상이나 게임보다 힘들어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오로지 편의성과 말초적인 재미에만 초점을 맞추어 그 가능성을 축소시킬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게임은 하나의 세계를 제시하고 그 세계 안에서 플레이어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줄 뿐입니다.


게임이라는 '그 경험에서 단지 말초적인 재미와 누군가를 짓밟는 쾌감이나 느끼고 싶은건가' 아니라면, '풍부한 세계관과 스토리에서 오는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가'는 플레이어 선택의 몫입니다. 그리고 게임은 단지 각자의 의도에 맞춰 그래픽이 주가 되든 텍스트이 주가 되든 게임을 제작해나가는 겁니다.


단지 게임이 전자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비판받을 사항이 아니라요.




2.세계를 제한하지 않는 그래픽.


그런 면에서 이 게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는 저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래픽은 최소한의 묘사로, 텍스트에서 제시해주는 경험을 모두 제공하지 않습니다. 즉 이것은 얼마나 고퀄의 그래픽을 사용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래픽이 모든 전권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그래픽이 텍스트로 할 수 있는 상상력을 한정짓지 않는 선에서, 그 분위기를 제시해주고, 클릭과 이동, 그리고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뿐입니다. 물론 토먼트에도 액션은 있지만, 그것도 하나의 선택과 같은 기분이 듭니다.


즉, 여타 게임들처럼 적들을 보고 죽이는 것이 당연한 세계에서 끊임없이 살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매때 왜 싸워야되는지에 대한 그 의미까지 갖고 있는 전투를 제공합니다. '내가 어떻게 그놈의 머리통을 산산히 부셔서 쾌감을 얻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로 싸웠고 이 전투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겁니다.


따라서 그래픽이나 조작법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다만 한대 치는 모션이 나올 때마다, 전투 메세지가 나올 때마다 플레이어는 그 이유들에 대해서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전투는 추구할 것이 아니라 선택의 일부였고, 또한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이 이 게임은 아주 잘 보여줍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거기에 그래픽으로 묘사된 세계만이 전부라고 제시합니다. 더 이상 상상하거나, 더 이상 그 세계관을 폭넓게 이해해볼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니깐요. 하지만 토먼트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이 게임 안에는 각자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들이 어느 정도 대화를 통해 묘사되지만, 그 대화를 듣고자 하는 것도 대화의 방향도 플레이어가 선택하게됩니다. 그리고 질문들의 답을 들으며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것이 세계와 인물들을 구축해나갑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그런 그래픽을 만드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3.너무나 철학적이고 방대하다?


이 게임은 플레인스케이프라는 D&D의 세계관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는 기존 세계관의 확장판으로서 우주적인...아니 더 나아가 다원우주의 세계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사용되어 굉장히 식상할지도 모르는 세계관이지만...당시로는 선구자격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 게임을 이해하는데 그 넓은 세계관을 일일이 다 알아야되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매니아를 위한 게임이 아닌가? 하는데, 실제 이 게임은 80만 단어에 육박하면서도 플레이 시간이 40~60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플레이한 분량에 대해서 제가 느낀 바로는 미드 시리즈 하나를 끝낸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플레인스케이프 세계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게임 안에서 대화문을 차분히 읽다보면 스토리 이해에 필요한 윤곽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밀하게 세계관의 사건들을 알 필요없이 세계의 구조 정도만 알고 있고, 그 세계들에 일어나고있는 큰 일들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안다면 스토리 이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플레인스케이프의 기본적인 세계관, "믿음이 곧 세계를 구성한다"라는 말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과 주인공 모두에게 의미있는 세계관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세계는 저에게 이해하는 만큼, 꿈꾸는 만큼, 바라는 만큼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결코 불친절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어떤 철학적으로 사색할만한 깊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이 게임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가졌던 의문들에 대한 깊이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철학이라고 부르면서 깊다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삶의 깊이를 보여주는 질문만을 합니다. 이 게임의 주된 질문이라고 알려져있는 질문, "무엇이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그런 의미에서, 지식이나 사고력을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여주는 질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리뷰는 너무나 이 게임을 의도없이 까내리기만 하는 의견들에 대해 반항같은 것을 해보았습니다...정말 속상할 정도로 가슴으로 감동할 정도로 좋은 게임이 안 나오는 것 같은 시대에 넋두리였습니다.


그럼 이제 리뷰의 방향을 속상한 시대의 편견에 저항하는 것으로부터 조금 바꾸어보겠습니다.







4.이 세상에 의미없는 것은 없다.


굉장히 친절한 것을 넘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모든 오브젝트와 '모든 이름이 있는' 인물들이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대화를 하든 결코 무의미한 행동은 없습니다.


저는 이것보다 더 따뜻한 게임 방식을 알고있지 못합니다. 어떤 게임에선 전략이니, 효율성이니 하면서 내가 어떤 틀린 행동을 했고 어떻게 고쳐야 이기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소위 말해서 공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이름없는 자'로서 자신의 기억을 잃은 자입니다. 그는 시체안치소에서 시체들 사이에서 일어나죠. 하지만 그는 기억상실에 걸려있고, 옆에는 자신을 대장이라 부르는 해골하나가 둥둥 떠있을 뿐입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기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그렇게 만나는 세계들과 그 안에 인물들이 보여주는 흔적들, 의미들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이 게임의 주된 플레이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굉장히 플레이어가 얼만큼 알고 싶어했는가? 에 따라 게임의 체험을 판이하게 달라지게 할 게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게임을 난이도라는 기준으로 잰다면 굉장히 그 난이도는 낮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알고 싶은만큼 이 게임의 세계를 여행했다면 충분히 엔딩을 볼 수 있게 시스템이 짜여 있으니깐요.




5.게임에 대한 추억은 곧 동료들과의 추억.


저는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탑니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도 멀티플레이 아니면 금세 지치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죽고 죽이는 블리자드 게임을 즐길 수밖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협동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편인데도 자신이 누구때문에 졌고, 누가 자기때문에 이겼고 하는 서로 탓을 돌리는 행위들만 존재하죠. 거기엔 블리자드가 말하는 소위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라는 것이 전무합니다.


정말 실제친구가 아니라면, 블리자드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배경만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진정한 동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것을 느끼며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지 둥둥 떠다니는 극혐의 그래픽이라고 생각했던 해골이, 나중가선 가슴이 뭉클해져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버리고 싶지 않은 제 친구가 되어있었고, 처음엔 왜 나한테 욕을 하지? 라고 말하던 사람은 어느샌가 꼭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하고 싶은 동료가 되어있었습니다.


단순한 AI가 아니라, 그 동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그 기분들 선택들에 공감하게 되었고, 동정하고 동정받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에서 얻는 경험들은 하시는 분들마다 다르시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이러한 동료들과의 추억을 얻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에서 이 게임은 두번으로 따뜻해집니다. 내 행동뿐만 아니라, 남의 행동들조차도 거기엔 모두 의미가 있고 아무리 이 세상에서 사람들한테 버려지는 쓰레기같이 취급받는 인물들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어떤 사연들, 마음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진짜 너무 뭉클했습니다.




6.굉장히 퀄리티 높은 대사와 스토리.


이 게임의 대사와 스토리는 어디서 봤을 이야기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단순히 선이 악을 무찌르고 악이 패배한다 식의 구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씩 모자른듯한 인물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멋지거나 압도감을 주는 인물들, 너무나 직설적인 대사들, 은유적이고 아름다운 묘사가 빛나는 대사들, 사람의 어두운 욕망과 신념들을 드러내는 대사들은 너무나 하나하나 곱씹어볼만큼 풍부한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곳엔 제가 공감할 수 있을만큼 이유가 있는 것들도, 아니면 막고 싶을만큼 나쁜 것들도 존재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온갖 선택들을 알아가고 내려가며, 여러 인물들의 가치관과 부딪혔습니다.


기억이 없는 '이름없는 자'는 그렇게 저와 하나가 되어서, 제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었고 제가 원하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또한 제가 공감하는 의미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저 스스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런면에서 이 주인공은 어떤 제시된 인물이어서 몰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저일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세계에 매몰되어 살아가던 저는, 실상 이 이름없는 자만큼이나 저의 기억에 대해서 저의 의미에 대해서 숙고해볼 경험이 없었으니깐요.


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하나의 세계를 옮겨놓고 제가 그 안에 빠져있는 것처럼 몰입을 주면서도, 거기에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자신의 흔적을 찾아가는 형식을 통해, 오히려 실제 모니터 밖에 있는 스스로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7.음악과 연출의 시너지.


이 게임의 음악과 분위기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플레인스케이프의 세계관에서 '시길'이란 도시의 묘사하며, 시체안치소부터 그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하나의 그림을 보듯이 잘 전달됩니다.


이런 면에서 이 게임은 단순히 텍스트로만 호소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그래픽도 그것이 주는 느낌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하나의 그림을 감상할 때 단순히 그 그림만을 보지 않고 그것이 내뿜는 분위기에까지 같이 젖어드는 것처럼 이 게임의 그래픽은 하나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 음악에 대해 호평하시는 분들은 많이 못 봤지만, 이 게임의 음악은 제가 근 10년동안 들어본 게임 음악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름없는 자의 사연과 동료들과의 뭉클한 마음(물론 이것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을 음악을 통해서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제가 굉장히 축복받은 플레이어일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저는 이 게임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크리스 아벨론(Chris Avellone)이라는 사람이 리드 디자이너를 맡아 개발되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여러 검색을 해본 결과 서양 RPG계에서는 굉장히 대표적인 제작자로 꼽힐만큼 실력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제가 계산을 해보니 거의 20대 후반에 이 게임을 만들고 있었더군요...저랑 비슷한 나이대에 이런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니 한편에서는 존경도 하게 되고, 한편에서는 현실에서도 못 사귀는 굉장한 친구를 시대를 넘어 게임으로 만난 것만 같은 저 혼자만의 기분이 들어 애정이 뿜뿜거립니다.


그 무엇보다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건에 있었더니 이런 명작이 나왔다."는 글을 읽고, 정말 다시금 이 세상에도 멋진 사람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오쇼크를 리뷰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게임도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건 게임 자체로도 칭송받을 수 있을만큼 멋진 게임입니다.




정리


단순히 텍스트가 많은 게임이라는 그런 종류의 평가만을 내리지 않고 색안경을 벗으시는 분들에게, 이 게임은 제가 해본 게임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명작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게임에 대해선 결코 평점도 남길 수 없을 겁니다. 우선 블로그엔, 게임에 비해 굉장히 부족한 리뷰를 이렇게 남겼지만, 두고두고 생각해보고, 또 쓸만한 리뷰들은 이 게임에서 무궁무진합니다.


이 게임은 인물설정, 세계관, 그래픽, 분위기, 음악의 시너지가 엄청나며, 전투 컨텐츠의 부족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애초에 게임을 전투 시뮬레이션으로만 한정짓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난다면요...


(총을 쏘든, 칼을 휘두르든 결국 내가 하는 것은 누가 더 클릭질을 잘하냐겠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 스토리의 의미와 감동의 전달은 언제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2018년이 되어 되돌아볼 때, 이 게임은 그 역사에 있어 선구자격이기도 하지만, 사라지는 역사의 마지막이기도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정말 정말, 굉장히 소수에 불과한 이런 게임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토먼트와 비슷한 게임을 얼마나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과 같은 텍스트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과 인물에 대한 체험으로서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해도 분명 명작으로 기억될 그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든 영화든 이런 류의 감동을 받는 경험은 굉장히 희소하고 제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 가치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리뷰가 어떻든 이 게임은 그 이상이라는 말을 더욱 강조하면서 글을 맺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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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디비니티 오리지널신 인핸스드 에디션이라는 게임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이 게임은 2014년 라리안 스튜디오의 "스벤 빈케"라는 사람에 의해 주도적으로 개발되었으며, 초창기엔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을 하였는데 고전 RPG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지원에 힘입어,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게임 자체도 굉장히 성공을 많이 거두었고, 그덕에 인핸스드 에디션과 더불어, 디비니티 오리지널신 2까지 현재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RPG 장르를 좋아하는 터라 한번 시도해보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게임은 명작이라 불리지만, 저는 약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게임이기에(?) 분명 아무 생각없이 몰두하던 시간을 보냈던 순간도 있었지만,

제가 구매를 했기에 어쨌든 엔딩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꾹 참고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초반보다는, 게임 시스템을 알아가며 하면 할수록 점점 버티기 힘들어졌던 거 같습니다. 그럼 그에 대한 제 생각을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분류하여 풀어보겠습니다.



퀘스트


이 게임에는 퀘스트 목록이나 맵에 따로 표시가 있지 않고, 게임 내 캐릭터들의 대화를 토대로, 자동 작성되는 일지란 것을 통해서 진행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서브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를 연결시키는 이 게임만의 특색으로 이어지는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다만 퀘스트 목록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요, 이 점은 기존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몹 5마리를 잡아라, 날개를 5개 수집해라."라는 식의 퀘스트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지밖에 없기에 유저들은 스토리에 신경을 쓰고 다음에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이 점이 맞지 않는 분들은 꽤 불호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그 일지에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각각의 사건들을 연결짓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암기까지 해가며 그 연결점들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불편한 퀘스트 진행방식은 고전 RPG의 한가지 특색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이 게임이 탐정같이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글쎄요...어떤 추리에 의해서 진행하기 보다는, 결국엔 거의 모든 맵을 밝혀가며 모든 NPC와 사물들을 클릭하면, 서로 맞춰져 진행되기 때문에 딱히 추리력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즉, 어떤 단서가 있어서 다음 진행방향을 판단하거나, 결정하는 순간은 거의 없이, 맵을 밝혀가고 꼼꼼히 사물들을 클릭해보고 읽는 한에서만, 진행하는 한에서만 단서가 밝혀집니다. 이 게임은 굉장히 속도가 느리게 모든 요소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그런 종류의 인내심만 필요합니다.



스토리


RPG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스토리인데, 이 게임은 그냥 적당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스토리 때문에 더 재미있거나 하는 일은 전혀 체험하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스토리가 조금은 식상하고 유치(?)하다고 느껴져서, 몰입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것이 위의 퀘스트의 인내심과 더불어 어떤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건들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갖고 모든 대화와 모든 사물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스토리가 너무나 재미없었기 때문에, 노동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게임을 끝내고 요즘 토먼트 플레인스케이프라는 명작을 하고 있고, 그 게임과 비교되었는지, 디비니티는 스토리 면에서는 정말 처절할 정도로 재미없었다고 하고싶습니다.


이 스토리가 재밌다고 하시는 분들은, 아주 얕은 재미에도 큰 재미를 느끼는, 굉장히 축복받은 분들일지도 모릅니다.



퍼즐


퍼즐도 마찬가지입니다. 알피지와 같이 세계를 탐험하는 장르에서는 퍼즐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의 요소인데요. 이 게임의 퍼즐은 머리를 굴리거나 하는 것들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류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풀게되는 퍼즐같은 경우도 없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마우스를 화면에 굴리면서 빛나는 것들을 찾는 퍼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꼼꼼하게 숨어있는 벽까지 카메라를 회전해가면서 클릭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포인트 앤 클릭"같은 면모를 보여주는데요. 저는 이런 점에서 굉장히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퍼즐을 푸는 방식은 스토리와 아무 관계가 없고, 끊임없이 맵의 도트 하나까지 클릭해갈 정신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그리 좋을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초회차엔 그런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진짜 어쩔 수 없이 어떤 것은 공략을 봤는데요...그 때 느낀 충격은...


와 이걸 이렇게 풀 수 있어? 하면서 어떤 경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와 이걸 왜 이런 곳에 숨겨놔? 하면서 진짜 허탈감이 몰려드는 그런 종류의 퍼즐입니다.



전략


디비니티는 다양한 속성에 따라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전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독, 불, 얼음, 물, 전기 등의 각각의 속성이 서로 관련을 맺고 시너지를 낸 다는 점에서 초반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독에 불을 붙이면 폭발하고, 물에 젖은 적을 전기로 공격하면 기절할 확률이 오르는 등의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후반에 가면서부터는 서로 돌아가며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전략에서 선택하는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특히 모여있는 적에게 수류탄이나 화살의 속성을 이용해서 공격하면, 거의 사기처럼 적들이 꼼짝없이 다 죽어나갑니다. 어떤 판단이나 선택없이, 그냥 해당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거나 광역 스턴을 끊임없이 거는 정도의 전략으로 변모하게 되어버립니다.



육성&아이템


육성은 캐릭터마다 직업이 있긴 하지만, 올리는 기술에 따라 다른 직업들의 기술을 쓸 수도 있고, 아예 캐릭터 전직을 하는 것처럼 타 직업의 기술들만 쓸 수도 있습니다.


능력치는 굉장히 직관적이었기에 선택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존재하진 않았습니다.


다양한 아이템과 디아블로와 같은 옵션들을 선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옵션들을 선택하는 재미가 큰 것도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이미 속성을 이용한 전투가 너무 사기적이라서, 아이템을 선택하고 버리는데 큰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 나아가 이 게임에서 아이템을 정리하는 건 굉장히 불편합니다.


게임을 한시간 즐기면, 거의 10분 넘게 아이템을 다시 정리해야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굉장히 고달픕니다.


상인과 대화를 하고, 가방이 몇십칸이 넘어가는 캐릭터 네개의 아이템을 일일이 정리해줘야 되는데, 감별까지 따로 캐릭터를 누르고 아이템을 눌러서 다시 감별하고, 그 아이템을 옮기고... 다시 다른 캐릭터의 가방을 보려면 다시 대화를 선택해서 거래창을 끄는 등등.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특히 이 게임의 크래프팅 시스템 때문에 아이템 갯수가 많은게 굉장히 애매한 요소같습니다.


이미 상인들이 파는 것이 대부분인 가운데, 아이템 갯수만 너무 많고, 또한 크래프팅을 하는데 들이는 시간만큼, 많은 게임상 이득을 보지도 않습니다.


"그냥 이런 것도 돼? 이런 것도 만들어놨네..."정도의 감상이죠. 이 게임의 자유도가 바로 여기서 또 추가점수를 받는다고 하던데, 저는 개인적으로 또 신경쓰고 클릭할 것들이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아이템 정리하는 시스템이 불편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빼았기고 있는데 또 크래프팅까지 해야된다니요.



자유도


이 게임은 자유도 면에서 굉장히 좋은 점수를 받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일지만 보고 어디에 다음 진행을 위한 요소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맵을 꼼꼼히 다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맵의 크기가 그닥 큰 것이 아닙니다. 정말 RPG치고는 굉장히 좁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진짜 하나도 놓치고 갈 수가 없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조금만 이동하는데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립니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아예 다 포기하고 되는 것만 대충 눌러서 엔딩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NPC도 막 죽여가면서요. 하지만 그것도 가능하게 만들어놨을지는 모르지만, 애초에 게임이 의도하고 만들었던 컨텐츠를 무시하는 것이고,


컨텐츠가 말하는 바는 다시 반복하지만, "모든 것을 클릭해보라"는 것입니다. 아마 이 게임의 컨셉인, 주인공들을 근원 사냥꾼이 되어 수사하라는 것도 그런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스토리를 즐기든, 진행을 해야하든 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서, 그리고 제작된 컨텐츠를 만나기 위해선 진짜 수사하듯이 모든 것을 확인해봐야 됩니다.


그런면에서 이 게임에 어떤 자유도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모든 맵을 확인하면서 진행해야된다면 오픈월드도 아니고, 진행 방향을 애초에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에 비선형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명작이라면?


하지만 그럼에도 지긋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클릭하길 좋아하시는 분들.

한 화면을 채우는 맵 안에서 몇십분이고 넘게까지 뜸들일 수도 있으신 분들


스토리는 그냥 "세계를 구하는 용사"여도 충분히 동기를 얻으시는 분들.

그런 스토리라도 모두 신경쓰면서 꼼꼼히 확인해보시고 싶은 분들.


그 무엇보다, 고전 RPG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 분들은 이 게임에 충분히 높은 점수를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밌었다면,

1.퍼즐에도 단순 노가다처럼 포인트 앤 클릭으로 뜸을 들이게 하더라도,

2.아이템 정리하며 쓸데없는 시간을 더 들이게 되더라도,

3.속성을 이용한 전투의 비중이 너무 커서 오히려 전략성을 못 느끼더라도,

4.맵 크기는 작아도 전체를 확인할 수밖에 없어 시간만 엄청 쏟는 그런 종류의 수고를 들이게 되더라도...

5.알고보면 이 게임의 요소들은 이미 다른 게임에 다 있는 요소들이고,

6.실질적으로는 선형적인 진행에, 자유도가 없었을지 몰라도,

저는 이 게임을 굉장히 즐겁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당연하고 분명한건, 요즘 서비스되는 여타의 온라인 RPG들보단 컨텐츠의 면에서도, 선택이나 판단의 면에서도 심지어 스토리면에서도 훨씬 재밌습니다.


명작이라는 리뷰를 읽고 잔뜩 기대를 갖고서 한번에 구매하여,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도 보유중이고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1의 문제점들이 어느정도 수정 보완되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스토리와 퍼즐의 방식만 발전되었어도 흡족할 거라는 그런 기대를 해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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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게임 추천!" 하면 무조건 그 안에 꼽히는 바이오쇼크 시리즈를 저번 할로윈 세일 때 구매해서 플레이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번에 콜렉션으로 샀기 때문에 1부터 해봤는데요, 1을 안해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검색으로 알았지만,(인피니트의 DLC는 어느정도 제외입니다.)


이왕 구입해놓은 것 찜찜하기 때문에 1부터 해봤습니다. 하도 사람들이 전설이다 전설의 명작이다~ 했기 때문에 정말 기대도 많이 하고, 굉장히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을까요? 아니면 10년의 세월동안 게임 컨텐츠가 굉장히 많이 발달한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취향차이일까요? 그 무엇이든, 우선 제가 게임을 해본 소감은, 그닥 계속 플레이하고 싶지는 않다. 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가 없었다면 취향 차이라고 핑계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취향에 안 맞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제가 생각해본 바를 한번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전설, 전설로 불릴만큼의 게임인지 아직도 궁금하고, 앞으로 스팀 게임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리뷰들을 얼마만큼 믿어야될까? 어떤 식으로 믿어야될까?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지금에서야 하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명작, 바이오쇼크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FPS는 취향에 맞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로 나뉜다.


우선 바이오쇼크는 어떤 연출이 많이 가미되어있기 보다는, 스토리에 맞춰진 경로를 따라 적들을 쏘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퍼즐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 있다고 하기에도 요소가 굉장히 적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스토리가 최고다라는 소리를 듣고 기대하면서 플레이 했기 때문에, 사실 이 게임 플레이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게 되는 소위 "총질"이 정말 피곤했습니다.


특히 배경이 굉장히 어두운데요, 그렇다고 디자인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에도 좀 그랬습니다. 정작 컨텐츠는 계속 스플라이서라고 불리는 미쳐버린 강화인간들을 쏘는 것에 불과했거든요.


저번 제가 메트로 2033에 혹평을 가한것도, 실상 '게임성'자체를 모두 이 '총질'에 맡겨버린 것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생각할 이유, 판단할 이유가 전혀 없이 보이면 쏘고 보이면 쏘고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호쾌하냐?' 물어보신다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총질하고 상대방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분들에겐 호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아닙니다...그랬다면 지금도 스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서든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FPS 자체만으로 보기에도 여러 능력들과 총기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데요, 이것이 제가 듣기로는 시스템쇼크라는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굉장히 어정쩡합니다.


딱히 어떤 것을 선택한다고 진행이 수월해진다기 보다는 이 기술도 써보고 싶은걸? 정도의 기분이라면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스플라이서들도, 몽둥이, 총, 마법이나 거미처럼 기어다니는 몇종류 뿐이고 딱히 공략하는 어떤 재미가 있진 않았습니다.


또한 퍼즐이라고 제시되며 반복되는 "파이프 연결 미니게임"은 그냥 대놓고 말씀드리는데 재미가 없는 요소입니다.




배경 디자인에 뿅간다?


제가 이미 2013년 작품인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한 상태라, 2007년에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던 게임을 비교하는 것은 굉장히 형평성이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디자인이 그렇게 멋지다고 극찬할 정도로, 예술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멋지진 않았습니다. 생각으로는, 거의 모든 사물들의 디자인들이 다양하고 멋질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극찬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디젤펑크라고 불리는 장르의 대표작인만큼 1950년대 미국의 모습을 잘 살려놨다고 하는데, 특히 처음 진행 부분에서 랩쳐라고 불리는 해저도시의 모습은 멋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몇분 정도 영상으로 나오는 것 말입니다.


해저 건물들의 모습이 꼭 다른 장르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도시를 묘사하는 그런 멋진 광경처럼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영상이고, 그것이 그리 길지도 않습니다. 인게임 내에서 그런 묘사들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그 정도 극찬이 가능했겠지만, 글쎄요.


그럼에도 대부분 진행하는 곳은 굴같이 어두운 곳에서 스플라이서들이나 쏘는 것이었기 때문에...그리고 그 디자인은 계속 반복되고, 어떤 부분에서 엄청 멋지다고 느낄만한 곳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에 몰입하기 힘들게 만들기


그리고 저는 이제 FPS와 어드벤쳐등 도저히 다른 장르와 융합되는 것을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 FPS 형식이라면 그 게임은 우선 한손가락 정도는 접고 들어가겠습니다.


물론 바이오쇼크가 여타 FPS와 달리 스토리와 배경설정이 있어 그만큼 인정받고 있는 것일텐데요, 하지만 저는 플레이하고 난 뒤에 오히려 FPS와 심오한 스토리가 만났을 때 시너지보다는 그 역효과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 스토리 대부분이 오디오를 다시 재생하면서 파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 오디오가 재생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총질을 해야하거나, 그 어두컴컴한데서 정지가 되지도 않은채로 몰려오는 적들 사이에서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포의 형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계속 총질까지 하느라 정신도 없고, 그 상태에서 단지 어떤 사건들에서 인물들의 오디오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내용까지 파악해야합니다.


소마의 공포가 그만큼 멋졌던 까닭은, 어느정도 완급조절과 스토리를 파악하는 시간에 있어서는 긴박감을 어느정도 줄여줬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에 집중할 때는 어느정도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쇼크는 스토리를 위한 그런 배려가 보이지가 않습니다. 스플라이서는 말이 스플라이서이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좀비 정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게 한 두마리도 아니고, 거의 좀비급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총을 쏴재끼며 으아!!! 하는 시간과, 차분하게 스토리를 파악하는 시간이 같이 섞여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느 쪽이 희생될까요? 동시에 녹음내용도, 계속 스토리 주변의 분위기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많기에 듣는게 소모적인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공포게임에 속하는가?


저도 대게 무서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게임 시작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게임은 무섭지 않습니다.


다만 배경이 어둡고, 좁은 것이 계속 반복되며, 이상하게 생긴 스플라이서들(무섭기보다는 혐오스럽습니다.)이 가다보면 뒤에서 자꾸 때리거나 앞에서 나타나는 정도입니다.


어떤 심리적인 긴장감이라든가 몰입감을 주는 공포가 아닙니다. 그냥 뒤에서 툭툭쳐서 체력이 다는 것도 짜증이 나고,내가 게임을 한다고 하면서 하수구같은 느낌의 건물들만 계속 왔다갔다 하는게 공포같은 불쾌감을 줄 뿐입니다.


즉, 이런 기분입니다. 게임에 몰입하고 싶은데, 자꾸만 뒤에서 누가 툭툭 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스플라이서를 꼭 죽여야만 하는 어떤 명분이 들어서 총 한방 총 한방 의미있게 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놔두면 자꾸 툭툭 치기에 죽여야 하는, 그런 벌레 무한 퇴치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추억 보정의 효과, 극찬하는 것만을 봤기 때문에...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보고는 당시엔 참신했다, FPS에 대한 취향차이 때문에 그런 것이다...등등의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제가 바이오쇼크를 구매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리뷰들. "이 게임은 전설이다, 명작이다."와 같은 말들을 듣고 그만큼의 기대와 와 나도 꼭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진짜 어딜가든 명작이고, "이걸 명작으로 보지 않으면 취향차이거나, 아니면 옛날에 했어야지 아니면 겜알못이다." 이런 말들이나 있을 거라는 것도 압니다.


물론 그 말들도 맞습니다. 2018년에 2007년에 나온 게임을 하면서 감상을 적는 것이 말이 안 되지요. 하지만 적어도 저는 이 게임을 2018년 현재 유저들, 그것도 FPS를 즐기지 않는 유저들에게 전설이라고 하면서 추천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타 그것만의 게임성이 있어서, 그래픽이 안 좋아도 굉장히 재미있는 명작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단지 FPS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FPS는 그래픽을 너무나 많이 탑니다. 게임성이라는 것이 총쏘는 것 밖에 없으니, 현실감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일겁니다.


전설이라고 평하셨던 분들이 말씀하셨던, 스토리 배경 이 게임에 다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냥 FPS입니다. 플레이 시간 대부분을 몇 종류 안되는 스플라이서들한테 총질하면서 보내게 됩니다. 그것도 분위기 굉장히 우중충한 곳에서 하는 FPS입니다.



장점: 리틀 시스터


하지만 리틀 시스터는 귀엽고, 그 귀여움때문에 후반부 리틀 시스터 관련해서 나오는 스토리들에 대해서 몰입하고, 안타까워 하면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FPS라서 그 기분을 또 자꾸만 깹니다.


또한 해저도시의 세계관과 1950년대 미국 문화의 색다른 이용이 참신하긴 했습니다. 물론 그 안에 스토리는 어디선가 본듯한 인상을 풍기지만 말입니다.




정리


FPS와 스토리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물론 어울리게 만들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둘은 시너지를 내는 사이가 아니며,

둘을 조화시키려면 굉장한 노력(완급 조절과 인게임 내의 동기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바이오쇼크는 무리하게 좀비같은 총질을 계속 제공함으로써,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총질을 멈춰야 하는, 즉 다시 찾아보든가 다시 플레이해보든가,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바이오쇼크의 스토리 전달방식은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FPS는 게임 세계관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게임성이 어떤 판단과 선택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FPS는 정말이지, 그냥 보이면 쏘고 보이면 쏘고...

이건 바탕화면에 있는 아이콘 누가 더 빨리 클릭하느냐 게임인가? 하는 것이 제 생각이기 때문에.

그리고 단순히 총을 쏘는 것에서 호쾌함을 느낀다니, 취향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단순히 FPS라고 쳐도, 그 그래픽과 반복성 때문에 추천하기엔 꺼려집니다.

우선 에임도 현대적이지 않고, 뭉툭하게 생겨서 컨트롤의 재미도 분명히 반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설 명작이라고 하는 평가는, 모든 이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히 과거의 추억에 젖거나, 남들이 명작이라고 말해서

너도 나도 명작이라고 말해야만 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저는 이 게임을 2018년 지금의 유저분들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엔 꽤 "수작"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두판 정도 하기엔 그렇게 많이 나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토리에 몰입하고 싶으시다면 FPS가 없는, 더 좋은 연출이 가미된 게임으로,

FPS가 하고 싶으시다면 대전을 하고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그런 정통 FPS를 오히려 추천해봅니다.

세계관은 참신하고 멋지지만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가 얹어져 있는 FPS 게임, "바이오쇼크 리뷰"였습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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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메트로 2033이라는 게임에 대해서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임은 2010년에 드미트리 글루홉스키라는 작가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장르는 FPS 어드벤쳐입니다. 역시 FPS 게임답게 2010년에 나왔는데도 원판이 좋았는지,


리덕스판도 그래픽은 2018년 기준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별로 재밌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왜 재미가 없었는지"에 대해서 플레이하면서 느낀 사항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게임 자체가 너무 간단해서, 이유에 대해서도 세 가지로 정리하겠습니다.


글투가 조금 사나운 건 제가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1.게임 내에서는 빈약한 스토리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세계관이 굉장히 큽니다. 따라서 세계관 자체를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하지만 게임 진행 자체에 쓰이는 스토리는 그렇게 재밌지가 않습니다.


어딜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엇을 해야하고 정도인데,


거진 괴물이나 사람 등의 NPC들을 사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세계관 내에서 푹 빠져서 몰입하는 것은 오히려 게임 외적인 매체를 필요로 합니다.


게임 내에서는 그냥 전부 죽이고 템파밍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스토리로만 채워져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내에서 제시되는 스토리들은 거의 억지급으로 계속 미션을 주는데에만 주력합니다.


결국 억지로 짜낸 스토리처럼 느껴져서 주인공이 쳐해져있는 상황에 그리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2.완급조절 없고, 설득력없는 긴장감은 스트레스일뿐


이것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취향 차이일 것 같긴 하지만,


일부러 지하철 내부라는 설정에서 굉장히 어두운 구간이 많습니다.


또한 일부러 총탄을 적의 숫자에 비해서 적게 줍니다.


네 이 게임은 FPS 면서도 다분히 공포 게임의 연출을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싸우는 적은 군대인데, 주인공의 상황은 엄청난 막장 상태로 주고 그것을 깨라, 이런 정도로 계속 반복됩니다.


여기서 긴장감을 좋아하시는 분은 깬 것에 성취감을 느끼시기도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선 그런 긴장감은 저에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지 계속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에 불과했습니다.


스릴의 완급 조절도 없고, 계속 진행을 힘들게 하는 상황은


깬 성취감을 느낄 새도 없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내내 계속 되었습니다.


무섭지도 않고, 못 깰까봐 조마조마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다시 이 스테이지를 반복하면 짜증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력을 해봐야겠다는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그것은 산 너머 산이라는 단계적인 발전도 없습니다.


그냥 기본 FPS에 총알없고, 시야 제한시키는 방해요소만 집어넣은 것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그런걸 즐길거리로 주는 것이라면, 차라리 버튼 몇개빼고 게임시키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3.판단할 필요없는 게임진행


이 게임은 현실감을 살리려고 여러 그래픽들과 사물들을 배치했지만,


정작 진행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일직선적인 방향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나침반을 보고 길을 찾아가는데요, 이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매 장소마다 가야할 곳을 모두 디테일하게 화살표로 가르쳐줍니다.


결국 길찾기나 퍼즐같은 요소도 거의 없고, 화살표가 가리키는데로 가서


적을 죽이고 총탄 줍고가 연속적인 컨텐츠의 전부였습니다.


심지어 각 역마다 npc가 있는데, 거기서도 그냥 필요한 물품을 채워넣으면 됩니다.


거진 판단할 것이 없습니다. 부족하면 최대한 채워넣고 다시 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몰입감의 요소로 생각한 일직선, 무판단 FPS


완급조절도 없고 계속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루트 진행의 반복이었을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콜오브듀티같은 경우에는 진행과정에서 사용되는 스토리의 흥미도 있고, 연출이 정말 멋지지만,

메트로 같은 경우에는 소설 원작의 세계관 하나만 믿고,

계속 똑같은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설정된 스토리로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용도 나오고, 적들도 사람에서 괴물에 이르기까지 몇종류 더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뿐입니다. 흔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불리는 그런 설정과 괴물들,

스토리가 멋지다고 더 점수를 줄 정도라면, 저라면 폴아웃 시리즈를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장르는 RPG일 지언정, 같은 FPS로서,

메트로와는 아예 비교도 안되게, 폴아웃이 진정으로 게임 내 스토리, 연출,

퍼즐과 같은 게임성의 풍부함이 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외적인 매체에서 세계관이 방대하더라도, 그것을 게임플레이에 녹여내지 못하면,

정작 주인공의 목표는 플레이어에게 그리 와닿지 않습니다.


어차피 정해진 길로 걸어가면서 쏴죽이고 총탄이나 주우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내에서 진행 자체에 스토리가 녹아들지 못하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총만 쏴재끼는 FPS로 전락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아무 전략없이, 탄만 적게 주어서 최대한 에임으로만 승부하는 그런 싸구려 FPS요.


평점을 자주 매기진 않지만, 10점 만점이라면, 저라면 한 6점정도 드릴 것 같습니다.

적은 용량에도 좋은 그래픽과, 클릭에 따라 총은 잘 나갔으므로,

최소한 FPS 게임으로서 불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정말 생각없이 총만 쏴재끼는 써든어택류의 게임도 5.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얹어드리는 0.5점은 디자인과 그래픽 점수입니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서, 그리 수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반 한시간 정도 재밌게 하다가, 계속 끝없이 반복되는 패턴에 나중에는 억지로 했던것 같습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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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영화만큼 그에 대한 글을 쓰기도 쉬운 매체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접하기 쉬운 것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또 수많은 말들이 허용되고, 또한 수많은 말들을 해야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 방식이 어떻느니 스토리가 어떻다느니 이것의 의미는 어쩧다느니, 어쩔 때는 대중성을 잣대로 어쩔 때는 예술성을 잣대로, 솔직히 그 두가지의 명확한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어쩔 때는 굉장히 간단한 영화를 두고서도 심각하게 복잡해지는 리뷰들이 넘치고, 또 어쩔 때는 복잡한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영화를 두고서도 최대한 간단하게 이해하려는 리뷰들이 넘쳐난다. 아무 기준도 없으면서도, 기준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사실 글이란 것에 대해 그것이 필요없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매체를 두고서도 또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장면들은 이해되고 다시 글로 정리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 영화들이 주는 의문을 정리하고, 그 의문에 갇혀있던 시간들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즐거웠거나, 배웠을 것이다. 그것이 잘된 영화라면 그 장점을, 그것이 나쁜 영화라면 그 단점을. 영화가 자신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일, 또는 적어도 그 일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것은 리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을 의문으로부터 풀려나게 해준다. 의문을 더 만들어내지 않는 그 대답으로부터,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은 더 이상 복잡하지 않게 된다.


나는 이 때문에 타인이 진짜로 살았던 삶을 함부로 영화화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흔히 그것들은 복제되고 잘라지며, 또 다시 글 속에서 박제되어 그 삶을 살아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벗어나, 산업의 산물로, 소비물로, 비싼 골동품같은 장식들로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박제된다. 답은 있다. 없었어도 이미 각자의 답이라는 형식으로라도 있다.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더 이상 복잡한 일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분명 내 나름대로는 이해한 것이다.



2.똑똑하면 똑똑할수록 무언가에 대해 비판하려고 시도한다는 말은 익히 많이 들어왔다. 아마 비판하는 것이 높은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비판하면은 똑똑하게 보인다는 어릴 적의 습관같은 것일 것이다. 감독은 많이 만들어봐야 1년에 하나씩만 만들어도 엄청난 다작이지만, 관객에게 1년에 한편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일일 것이다. 비교는 그것을 하는 사람들을 우월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비교를 당한다는 것은 어쨌든 어떤 기준을 잣대로 삼아 평가당한다는 것을 말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흔히 자신들이 영화보다 훨씬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삶을 박제해서 필름에 옮긴다는 것은 실제로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모든 영화는 허구지만, 그것이 SF장르라도 분명히 삶의 어떤 요소들을 반영한다. 삶을 반영한다는 것, 이것이 말해주는 바는 어떤 글이 단순히 쓰이는 것보다, 그 글을 쓰게 할 수 있는 동기나 그 글로 적혀야 하는 의미들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글로만 옮겨지는 기준에 대해서 그것을 잣대로 어떤 것들을 평가한다면 그것은 훨씬 수월한 일이다. 글을 글로 옮기는 것은 단순한 복제에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잣대에 다른 것을 평가하는 것을 이해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때, 사실 "이해한다"는 이 말은 더욱 더 심오한 뜻을 지닌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영화를 통해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깊이에 있어서 어떤 리뷰도 능가할 것이다.



3.따라서 기준들이 세워진다. 영화에는 그것이 기존에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기록들에 대한 장르적 기준이 있고, 연출에 기준이 있고, 각본과 연기에 기준들이 있다. 단순히 그런 기준을 안다는 것이 곧 영화를 아는 것이라면, 그것은 영화를 잘 찍게 해주지도, 또한 영화를 잘 이해하게 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지식들이 그에 대한 평가를 수월하게 만들겠지만서도, 그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단순히 쓸 무언가가 있다는 것 따위 정도의 말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그것들은 단순한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드러내는 것은 역사들에 대한 존경인 척 하는 나태함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이 복제에 대해서, 이 복제를 하면서도 잡힐 수 없는 무언가를 잡아내는 것. 영화는 분명히 삶에 대한 복제이면서도, 복제를 필요로 하면서도 복제될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잡아내려고 한다. 하물며 그것을 글로 이해하는 행위에 있어서야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누군가의 삶 앞에서 겸허해진다. 그것은 자신이 자신 자체로 표현하기 위해 복제해야됨을 알면서도, 자신이 담아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들 안타까움들이 있다. 그것이 단순히 규정되기 힘든 의미들에 대하여, 장면들로서의 영화라는 매체를 선택하는 까닭이 될 것이다. 하물며 영화에 대한 글이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것이 적을 수 없는 것들을 적기 위해서 끊임없이 적게되는 것에 불과하다.


어떤 매체도 없이 그 어떤 의미를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 삶 또한 이러한 매체들의 도움 없이는 결코 그 의미를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또한 영화와 영화에 대한 글쓰기는 단순히 겸허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겸허할 필요가 없는 글들은, 정작 자신의 대상이 되는 것 앞에서 끝없는 겸허함을 보인다. 그것이 글을 쓰게 하는 동기가 되고 의미가 되는 것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겸허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서로 겸허해하는 것. 결국 흔히 리뷰라고 불리며 사용되는 매체들은 이 모든 것이 반대가 된 것이다. 겸허해야하는 것들이 더 이상 겸허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영화든 글이든. 리뷰에 대해 리뷰하는 것, 진짜로 겸허할 필요가 없는 것은 이럴 때만 허용되는 것 같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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