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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18 "디비니티 오리지널신 EE" 솔직한 리뷰



안녕하세요.

오늘은 디비니티 오리지널신 인핸스드 에디션이라는 게임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이 게임은 2014년 라리안 스튜디오의 "스벤 빈케"라는 사람에 의해 주도적으로 개발되었으며, 초창기엔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을 하였는데 고전 RPG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지원에 힘입어,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게임 자체도 굉장히 성공을 많이 거두었고, 그덕에 인핸스드 에디션과 더불어, 디비니티 오리지널신 2까지 현재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RPG 장르를 좋아하는 터라 한번 시도해보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게임은 명작이라 불리지만, 저는 약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게임이기에(?) 분명 아무 생각없이 몰두하던 시간을 보냈던 순간도 있었지만,

제가 구매를 했기에 어쨌든 엔딩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꾹 참고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초반보다는, 게임 시스템을 알아가며 하면 할수록 점점 버티기 힘들어졌던 거 같습니다. 그럼 그에 대한 제 생각을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분류하여 풀어보겠습니다.



퀘스트


이 게임에는 퀘스트 목록이나 맵에 따로 표시가 있지 않고, 게임 내 캐릭터들의 대화를 토대로, 자동 작성되는 일지란 것을 통해서 진행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서브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를 연결시키는 이 게임만의 특색으로 이어지는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다만 퀘스트 목록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요, 이 점은 기존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몹 5마리를 잡아라, 날개를 5개 수집해라."라는 식의 퀘스트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지밖에 없기에 유저들은 스토리에 신경을 쓰고 다음에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이 점이 맞지 않는 분들은 꽤 불호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그 일지에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각각의 사건들을 연결짓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암기까지 해가며 그 연결점들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불편한 퀘스트 진행방식은 고전 RPG의 한가지 특색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이 게임이 탐정같이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글쎄요...어떤 추리에 의해서 진행하기 보다는, 결국엔 거의 모든 맵을 밝혀가며 모든 NPC와 사물들을 클릭하면, 서로 맞춰져 진행되기 때문에 딱히 추리력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즉, 어떤 단서가 있어서 다음 진행방향을 판단하거나, 결정하는 순간은 거의 없이, 맵을 밝혀가고 꼼꼼히 사물들을 클릭해보고 읽는 한에서만, 진행하는 한에서만 단서가 밝혀집니다. 이 게임은 굉장히 속도가 느리게 모든 요소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그런 종류의 인내심만 필요합니다.



스토리


RPG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스토리인데, 이 게임은 그냥 적당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스토리 때문에 더 재미있거나 하는 일은 전혀 체험하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스토리가 조금은 식상하고 유치(?)하다고 느껴져서, 몰입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것이 위의 퀘스트의 인내심과 더불어 어떤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건들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갖고 모든 대화와 모든 사물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스토리가 너무나 재미없었기 때문에, 노동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게임을 끝내고 요즘 토먼트 플레인스케이프라는 명작을 하고 있고, 그 게임과 비교되었는지, 디비니티는 스토리 면에서는 정말 처절할 정도로 재미없었다고 하고싶습니다.


이 스토리가 재밌다고 하시는 분들은, 아주 얕은 재미에도 큰 재미를 느끼는, 굉장히 축복받은 분들일지도 모릅니다.



퍼즐


퍼즐도 마찬가지입니다. 알피지와 같이 세계를 탐험하는 장르에서는 퍼즐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의 요소인데요. 이 게임의 퍼즐은 머리를 굴리거나 하는 것들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류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풀게되는 퍼즐같은 경우도 없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마우스를 화면에 굴리면서 빛나는 것들을 찾는 퍼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꼼꼼하게 숨어있는 벽까지 카메라를 회전해가면서 클릭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포인트 앤 클릭"같은 면모를 보여주는데요. 저는 이런 점에서 굉장히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퍼즐을 푸는 방식은 스토리와 아무 관계가 없고, 끊임없이 맵의 도트 하나까지 클릭해갈 정신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그리 좋을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초회차엔 그런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진짜 어쩔 수 없이 어떤 것은 공략을 봤는데요...그 때 느낀 충격은...


와 이걸 이렇게 풀 수 있어? 하면서 어떤 경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와 이걸 왜 이런 곳에 숨겨놔? 하면서 진짜 허탈감이 몰려드는 그런 종류의 퍼즐입니다.



전략


디비니티는 다양한 속성에 따라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전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독, 불, 얼음, 물, 전기 등의 각각의 속성이 서로 관련을 맺고 시너지를 낸 다는 점에서 초반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독에 불을 붙이면 폭발하고, 물에 젖은 적을 전기로 공격하면 기절할 확률이 오르는 등의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후반에 가면서부터는 서로 돌아가며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전략에서 선택하는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특히 모여있는 적에게 수류탄이나 화살의 속성을 이용해서 공격하면, 거의 사기처럼 적들이 꼼짝없이 다 죽어나갑니다. 어떤 판단이나 선택없이, 그냥 해당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거나 광역 스턴을 끊임없이 거는 정도의 전략으로 변모하게 되어버립니다.



육성&아이템


육성은 캐릭터마다 직업이 있긴 하지만, 올리는 기술에 따라 다른 직업들의 기술을 쓸 수도 있고, 아예 캐릭터 전직을 하는 것처럼 타 직업의 기술들만 쓸 수도 있습니다.


능력치는 굉장히 직관적이었기에 선택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존재하진 않았습니다.


다양한 아이템과 디아블로와 같은 옵션들을 선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옵션들을 선택하는 재미가 큰 것도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이미 속성을 이용한 전투가 너무 사기적이라서, 아이템을 선택하고 버리는데 큰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 나아가 이 게임에서 아이템을 정리하는 건 굉장히 불편합니다.


게임을 한시간 즐기면, 거의 10분 넘게 아이템을 다시 정리해야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굉장히 고달픕니다.


상인과 대화를 하고, 가방이 몇십칸이 넘어가는 캐릭터 네개의 아이템을 일일이 정리해줘야 되는데, 감별까지 따로 캐릭터를 누르고 아이템을 눌러서 다시 감별하고, 그 아이템을 옮기고... 다시 다른 캐릭터의 가방을 보려면 다시 대화를 선택해서 거래창을 끄는 등등.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특히 이 게임의 크래프팅 시스템 때문에 아이템 갯수가 많은게 굉장히 애매한 요소같습니다.


이미 상인들이 파는 것이 대부분인 가운데, 아이템 갯수만 너무 많고, 또한 크래프팅을 하는데 들이는 시간만큼, 많은 게임상 이득을 보지도 않습니다.


"그냥 이런 것도 돼? 이런 것도 만들어놨네..."정도의 감상이죠. 이 게임의 자유도가 바로 여기서 또 추가점수를 받는다고 하던데, 저는 개인적으로 또 신경쓰고 클릭할 것들이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아이템 정리하는 시스템이 불편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빼았기고 있는데 또 크래프팅까지 해야된다니요.



자유도


이 게임은 자유도 면에서 굉장히 좋은 점수를 받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일지만 보고 어디에 다음 진행을 위한 요소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맵을 꼼꼼히 다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맵의 크기가 그닥 큰 것이 아닙니다. 정말 RPG치고는 굉장히 좁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진짜 하나도 놓치고 갈 수가 없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조금만 이동하는데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립니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아예 다 포기하고 되는 것만 대충 눌러서 엔딩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NPC도 막 죽여가면서요. 하지만 그것도 가능하게 만들어놨을지는 모르지만, 애초에 게임이 의도하고 만들었던 컨텐츠를 무시하는 것이고,


컨텐츠가 말하는 바는 다시 반복하지만, "모든 것을 클릭해보라"는 것입니다. 아마 이 게임의 컨셉인, 주인공들을 근원 사냥꾼이 되어 수사하라는 것도 그런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스토리를 즐기든, 진행을 해야하든 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서, 그리고 제작된 컨텐츠를 만나기 위해선 진짜 수사하듯이 모든 것을 확인해봐야 됩니다.


그런면에서 이 게임에 어떤 자유도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모든 맵을 확인하면서 진행해야된다면 오픈월드도 아니고, 진행 방향을 애초에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에 비선형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명작이라면?


하지만 그럼에도 지긋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클릭하길 좋아하시는 분들.

한 화면을 채우는 맵 안에서 몇십분이고 넘게까지 뜸들일 수도 있으신 분들


스토리는 그냥 "세계를 구하는 용사"여도 충분히 동기를 얻으시는 분들.

그런 스토리라도 모두 신경쓰면서 꼼꼼히 확인해보시고 싶은 분들.


그 무엇보다, 고전 RPG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 분들은 이 게임에 충분히 높은 점수를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밌었다면,

1.퍼즐에도 단순 노가다처럼 포인트 앤 클릭으로 뜸을 들이게 하더라도,

2.아이템 정리하며 쓸데없는 시간을 더 들이게 되더라도,

3.속성을 이용한 전투의 비중이 너무 커서 오히려 전략성을 못 느끼더라도,

4.맵 크기는 작아도 전체를 확인할 수밖에 없어 시간만 엄청 쏟는 그런 종류의 수고를 들이게 되더라도...

5.알고보면 이 게임의 요소들은 이미 다른 게임에 다 있는 요소들이고,

6.실질적으로는 선형적인 진행에, 자유도가 없었을지 몰라도,

저는 이 게임을 굉장히 즐겁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당연하고 분명한건, 요즘 서비스되는 여타의 온라인 RPG들보단 컨텐츠의 면에서도, 선택이나 판단의 면에서도 심지어 스토리면에서도 훨씬 재밌습니다.


명작이라는 리뷰를 읽고 잔뜩 기대를 갖고서 한번에 구매하여,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도 보유중이고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1의 문제점들이 어느정도 수정 보완되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스토리와 퍼즐의 방식만 발전되었어도 흡족할 거라는 그런 기대를 해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Josh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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